법원이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특혜를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컬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비선진료’ 혐의를 받고 있는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에게는 징역형의 집행 유예를 선고했다.

김영재(왼쪽부터) 원장,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 김상만 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태업)는 18일 박채윤 대표에 대해 “최순실 등과의 사적 관계를 이용해 대통령 중동 순방에 참여하는 등 특혜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며, 다른 기업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박탈하고 대통령과 측근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편승해서 이익을 취득한걸로 보인다"며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원장인 김영재 원장의 부인인 박 대표는 김 원장과 공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부부에게 4900만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하고 무료 미용 시술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영재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보톡스 등 미용 성형 시술을 하고도 진료 기록부에 진료 사실을 기재하지 않은 혐의와 지난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미용 시술을 한 적 없다고 허위로 증언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법원은 김 원장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월과 집행유예 3년,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대통령의 자문 의사가 아닌 속칭 비선 의료진으로 공식 출입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관저를 14회 정도 방문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다섯 차례 보톡스 등 미용 시술을 했다”며 “이 같은 비선진료 행위를 숨기기 위해 국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저버리고 거짓말을 해 진실을 은폐했다”고 설명했다. 또 재판부는 박씨와 함께 운영하는 병원과 회사의 해외진출을 돕는 대가로 안 전 수석 부부에게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안 전 수석 부부에 뇌물을 건네는 과정을 박씨가 주도한 점, 아내의 요청에 따라 청문회에서 위증한 점, 벌금형 외 범죄전력이 없다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전 녹십자아이메드 원장)에 대해선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정기양(좌) 교수, 이임순 순천향대학교 교수.

재판부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정기양 교수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정 교수는 이른바 '뉴 영스 리프트' 시술을 박 전 대통령에게 하려고 계획하고도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와 "시술을 계획한 적이 없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로 기소됐다. '뉴 영스 리프트'는 김 원장이 개발한 주름 개선 시술로,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 결과, 2013년 3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대통령 피부과 자문의를 맡았던 정 교수는 주치의였던 이병석 세브란스 병원장과 함께 2013년 박 전 대통령의 여름 휴가를 앞두고 시술을 계획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정기양 교수)과 이병석 당시 대통령 주치의가 박 전 대통령의 여름 휴가 기간에 '실 리프팅' 시술을 하기 위해 구체적인 논의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청문회에서는 자신의 구체적인 기억에 반해 허위 진술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자신과 병원이 입게 될 피해를 막는 것에 급급해 국회에서 거짓말을 했다. 이는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한 거짓말에 해당한다"며 "특검에서는 범행 인정 취지로 진술했으면서도 법정에선 잘못을 뉘우치기는커녕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겨 죄질이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임순 순천향대학교 산부인과 교수에 대해서는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이 교수는 국회 청문회에서 박 전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에게 김 원장 아내 박씨를 소개해준 적이 없다고 허위로 증언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최순실씨의 요청으로 김영재 부부를 소개해 서울대병원에 실을 납품할 수 있게 돼 일종의 특혜를 준 것으로 위법성이 가볍지 않다"라면서도 “그 사실로 본인이 취한 이득이 없는 점, 의사 생활 시작한 이후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수많은 생명 탄생을 도왔던 점 등 사회활동을 감안한다"며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