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놈은 총구녕이 델꼬 가고, 난 뒤도 안 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5.18 민주화운동 37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한 여고생이 쓴 시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그 날’이라는 제목의 시 한 편이 올라왔다.
공개된 시는 지난 2007년 5.18 백일장에서 대상을 수상한 정민경(당시 경기여고 3학년)양이 쓴 것이다.
이 시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길에 오른 한 사람이 어떤 학생과 잠시 자전거를 같이 타게 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시는 이 학생이 진압군을 피해 자전거에 올라탔지만 이내 진압군에게 잡혀가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시는 또 광주 진압군에게 학생을 내준 화자가 평생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고백을 담고 있다.
시는 전라도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쓰여 있어 생생한 느낌을 준다.
정씨는 어릴 때 들었던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시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아래는 정씨의 시 전문.
그 날/ 정민경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