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출루 머신' 김태균(35·한화)이 일본 '야구 천재' 스즈키 이치로(44·마이애미 말린스)의 일본 최다 연속 출루 기록을 넘어섰다.
16일 고척 넥센전에 5번 지명타자로 출전한 김태균은 두 번째 타석인 5회 초 우완 최원태의 초구를 받아쳐 좌익수 앞 안타로 1루를 밟았다. 그는 지난해 8월 7일부터 시작한 출루 행진을 70경기로 이어가며, 지난 1994년 이치로가 일본 무대에서 세운 최다 연속 출루 기록(69경기)을 경신했다.
친숙한 이미지 덕에 '김뒤뚱' '김멀뚱' '김똑딱' 등 수십 개의 별명을 달고 다니는 김태균은 연이은 출루 행진으로 '김치로(김태균+이치로)'라는 새 애칭을 얻었다. 전문가들은 "나쁜 공에는 손을 대지 않는 뛰어난 선구안(選球眼), 일단 방망이를 휘두르면 정확히 공을 맞히는 콘택트 능력은 김태균이 이치로에 뒤지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발이 느린 우타자' 김태균은 '발 빠른 좌타자' 이치로보다 불리한 조건 속에서도 최다 출루 기록을 이뤘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김용달 KBO 육성위원은 "우타자는 좌타자보다 1루와 거리가 먼 데다 김태균은 이치로보다 느려서 내야 안타를 만들기 더 어렵다"며 "팀에서 3~5번 타자로 뛰는 김태균이 1번 타자(1994년 기록 달성 당시)인 이치로보다 타석에 설 기회가 적은 상황에서 달성한 기록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고 했다.
김태균의 철저한 자기 관리도 꾸준한 출루에 한몫했다. 김태균은 지난달 23일 KT전에서 진루 도중 오른쪽 허벅지 뒤쪽 근육을 다쳐 보름 넘게 쉴 때도 방망이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일본 요코하마 이지마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근처에 있는 동전 배팅 연습장에서 타격 훈련을 할 정도였다. 김태균은 "몸이 굳지 않으려면 뭐라도 해야 했다"며 "내가 절박한데 프로 선수가 동네 배팅장 간다는 창피함은 없었다"고 했다. 이치로를 넘은 김태균에겐 메이저리그 기록 경신이라는 도전이 남아 있다. 빅리그 최다 연속 출루는 1949년 테드 윌리엄스(1918~2002)가 세운 84경기다.
이날 김태균은 팀이 1대2로 패배한 탓에 웃으며 퇴근하진 못했다. 넥센 선발 최원태는 8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뽑아내며 4피안타 1실점(비자책)의 '짠물 투구'로 시즌 4승을 거뒀다.
선두 KIA는 이범호의 11회말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LG를 3대2 로 물리쳤다. LG는 6회부터 9회까지 4이닝 연속 병살타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