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부터 CGV극장 일부 매점에선 떡볶이와 튀김 등을 섞은 ‘죠스 튀김범벅’을 4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영화관이 달라지고 있다. 만족스럽다(epis****)”라며는 긍정적 의견도, “이 메뉴를 옆자리에서 먹었는데 완전 짜증났다. 이럴거면 과메기나 홍어도 허용해줘야 한다(info****)”라는 상반된 의견도 있다.

2008년 8월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로 대형 복합상영관에서 외부 음식물 반입이 가능해졌다.
9년이 지난 지금, 관람객들은 영화관에서 먹는 간식 중 무엇을 가장 불편해할까.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총 208명에게 인터넷 설문을 통해 '영화관 최악의 간식'을 꼽아달라고 부탁했다.

#영화 보러 온 거니, 먹으러 온 거니

영화관 안에서 먹을 때 가장 '민폐'가 되는 간식은 봉지에 든 과자였다.


영화관의 '소음 유발자'로 꼽힌 것은 일반 봉지 과자로 143명(68.8%)이 선택했다. 봉지 과자의 특징은 과자를 먹을 때 나는 소리뿐만 아니라 봉지를 열 때 '펑' 하는 큰 소리가 나고, 과자를 뒤적거릴 때 소음이 유발된다는 점.
30대 여성 A씨는 "영화관에 가는 이유는 영화의 분위기와 스토리에 집중하기 위해서인데 옆 사람이 과자 봉지 안에 손을 넣을 때 마다 나는 부스럭 거리는 소리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영화에 집중이 안됐다"고 했다.
이어 나초(18명, 8.7%), 팝콘(16명, 7.7%), 순대(10명, 4.8%), 햄버거(8명, 3.8%) 등이 이었다. 나초는 바스러지는 소리 때문에, 순대는 씹는 소리, 햄버거는 바스락 거리는 포장 뜯는 소리가 거슬린다고 응답자들이 답했다.

소음기를 측정해 소음도를 측정해봤다.


소음측정기로 소음도를 측정해봤다.
씹는 소리, 봉지 소리 등 두 가지 소리를 함께 내봤다. 봉지과자를 뜯을 때 소음도는 최고 97.1dB까지 도달했으며 과자 봉지가 손과 마찰되는 소리는 79.5dB, 과자를 씹을 때는 71.5dB였다. 97.1dB은 자동차가 지나는 사거리의 소음(90db)과 기차가 지나갈 때 나는 소음(100dB) 사이에 있는 수준.

설문조사에서 2위를 한 ‘나초’가 실제 소음 순위에서도 2위를 차지했다. 나초를 먹을 때 최고 85.5dB, 소스를 뜯는 소리는 62.6dB를 기록했다. 지하철이나 진공청소기가 내는 소음 수치인 80dB을 넘었다. 누군가 나초를 영화 내내 먹는다면, 옆 자리 사람은 지하철에서 영화를 보는 셈이다.

설문 결과 순위는 낮았지만 ‘햄버거’가 세 번째로 시끄러운 간식이었다. 햄버거 포장지를 벗길 때 최고 73.6dB, 먹을 때는 63.6dB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버터오징어’로, 씹는 소리가 71.1dB까지 도달했다. ‘팝콘’의 경우, 손으로 팝콘을 휘휘 저을 때 최고 69.1dB, 먹을 땐 68.0dB 였다.

‘김밥’을 비닐봉지에서 꺼낼 때 69.9dB, 먹을 때는 65.3dB, ‘치킨’을 먹을 때는 67.6dB가 측정됐다. 가장 적은 소음이 나는 간식은 ‘순대’로 66dB를 차지했다.

‘먹는 소리’만 비교했을 경우, 햄버거(63.3dB)→순대(66dB)→김밥(65.3dB)→치킨(67.6dB)→팝콘(68.0dB)→버터오징어(71.1dB)→ 봉지과자(71.5dB)→나초(85.5dB) 순으로 소음도가 커졌다.

#냄새는 어쩔거야…
'냄새'가 가장 심한 영화관 간식으로는 49명(23.6%)이 '버터오징어'를 꼽았다. 20대 남성 B씨는 "오징어의 특이한 냄새 때문에 영화관 좌석을 옮긴 적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냄새'가 심한 간식은 압도적 강자가 있기보단 비교적 고른 분포를 보였다. 치킨은 47명(22.6%), 김밥과 순대가 35명(16.8%), 햄버거는 24명(11.5%), 일반봉지과자 10명(4.8%)이 냄새 때문에 신경 쓰인다고 답변했다.

#순대를 능가하는 영화관 내 악동은 바로, 과자

일반 봉지 과자가 순대보다 더 극혐인 이유는 바로 높은 소음도 때문이다.

소리와 냄새 구분없이 ‘최악의 영화관 간식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50명(24%)이 ‘일반 봉지 과자’, 46명(22.1%)이 순대를 최악의 간식으로 꼽았다. 그 뒤를 치킨(38명, 18.3%), 김밥(30명, 14.4%), 햄버거(23명, 11.1%), 버터오징어(15명, 7.2%)를 차지했다. 50대 여성 C씨는 “영화관에서는 가볍게 간식을 먹을 수는 있지만 식사를 하는 곳은 아니다”고 했다.

영화관 내 무분별한 간식들로 불만을 가지는 관람객들이 늘고 있지만 영화관도 뾰족한 수가 없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영화관에서 국밥을 먹는 고객”도 있었다고 귀뜸해줬다. 그는 “냄새나 소음이 심한 간식들을 자제해달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외부 간식을 막을 방법이 없다. 컴플레인이 들어오면 매니저가 극장 안으로 들어가서 상황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최선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