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2년 스위스 취리히에선 '사순절 소시지 사건'이 발생했다. 사순절 기간에 시민들이 돼지고기로 만든 소시지를 먹은 걸 놓고 당시 가톨릭 교회가 '사순절 육식 금지'를 어겼다고 비난하자 개혁파들이 '성경에도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며 반발한 것.

요즘 시각으로 보면 별일 아니지만 이 논쟁은 해를 넘겨 이어졌다. 마침내 1523년 개혁파 츠빙글리는 '67개 논제'를 발표하며 가톨릭 교회에 맞섰다. 루터의 95개 논제가 '면벌부'의 부당성이라는 한 가지 신학적 주제에 집중했다면, 67개 논제는 교황, 미사, 금식, 순례, 독신 등 정치·사회·경제적 문제를 두루 포괄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론 덜 알려진 종교개혁의 한 장면이다.

종교개혁 전문가인 박경수 장신대 교수가 최근 펴낸 '종교개혁 핵심 톡톡'(대한기독교서회·사진)은 500년 전 종교개혁의 역사를 33개 문답으로 풀어낸다. A4용지 반 장보다 작은 크기의 112쪽짜리 핸드북에 '왜 프로테스탄트라고 부르나' 등 역사 배경부터 주요 인물들, '세례 논쟁' '성만찬 논쟁' '만인제사장' 등 핵심 개념을 다루고 종교개혁과 사회복지 등 종교개혁의 성과도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