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포바와 5번째 대결에서 첫 승리를 따낸 부샤드가 코트 위를 껑충껑충 뛰며 환호하는 모습.

8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무투아 마드리드오픈 단식 2회전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도핑으로 15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마치고 돌아온 '원조 테니스 요정' 마리야 샤라포바(30·러시아)가 자기에게 독설을 퍼부었던 '차세대 요정' 유지니 부샤드(23·캐나다)와 복귀 후 벌인 첫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부샤드는 이전까지 샤라포바에게 4전 전패로 열세였지만, 긴 공백으로 실전 감각이 떨어진 선배를 상대로 2대1(7―5 2―6 6―4)로 이겼다. 부샤드는 주먹을 불끈 쥐고 껑충껑충 뛰며 마치 우승이라도 한 양 기뻐했다.

부샤드는 지난달 말 언론 인터뷰에서 "샤라포바는 사기꾼이고 더는 그를 존경하지 않는다. 다시는 복귀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샤라포바의 약물 복용을 맹비난했다. 이에 대해 샤라포바는 "응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통상 선수들은 경기 후 악수를 하며 덕담을 주고받지만, 이날 부샤드와 샤라포바는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잡았다가 바로 뗐다. 서로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휙 돌아섰다. 부샤드의 표정은 마치 '언니, 저 마음에 안 들죠?'라는 듯했다. 외신들은 "이들에게 '올해의 가장 어색한 악수상'을 줘야 한다"며 냉랭한 분위기를 전했다.

부샤드는 경기 직후 "드러내놓진 않았어도 나에게 응원을 보낸 선수가 많았다"며 "나를 위해서뿐 아니라 그들을 위해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샤라포바는 "이번 대결에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걸 알고 있지만,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는 많은 경기 중 하나일 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