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인 아내가 한국에 대해 물어봐요. 막상 할 말이 별로 없어 충격이었죠. 경복궁 같은 유명한 관광지만 알고 있었지 한국을 속속들이 설명할 만큼은 아니었거든요. 한국 사람들이 어디를 가고 어떤 음식을 먹는지 아내에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유종화(41)씨는 한국 관광지를 소개하는 사이트 '룩앤워크(Look&Walk)'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독특하게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위해 태국어·캄보디아어로 번역한 여행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200여 곳의 여행기와 음식 정보가 축적돼 있는데, 이 중 100여 개 콘텐츠가 태국어와 캄보디아어로 번역돼 있다.
2010년 아내 툰 리다(32)씨와 결혼하면서 작업은 시작됐다. 유씨는 한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시스템 설계 사업을 하다 실패했다. "해외에서 다시 시작해보겠다"며 캄보디아 현지 컴퓨터 회사에 취업했다. 거기서 아내를 만났다. 간단한 영어로 소통했지만, 한국을 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 소개 콘텐츠가 부족했어요. 정부가 만든 책자가 있었지만 유명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더라고요. 한국 사람이 경험한 생생한 여행기를 아내에게 번역해 보여주면 앞으로 살게 될 한국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현지에서 한국어를 캄보디아어로 번역할 사람이 없었다. 한국어로 쓰인 여행기를 유씨가 일단 영어로 번역하고, 번역가에게 영어를 캄보디아어로 바꾸는 일을 부탁하며 사이트를 꾸렸다. 아내 툰씨가 서툰 한국말로 "남편이 처음 선보인 지역은 부산의 감천 문화마을이었다"며 웃었다. "자기 어린 시절 골목길 풍경을 부산의 판자촌 마을이 간직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2015년 아내와 두 아들을 데리고 한국에 돌아오며 유씨는 다짐했다. "외국 사람들을 위해 사이트를 발전시켜야겠다." 유씨는 "명동을 소개하는 거라면 다른 사람이 할 수 있지만, 지방을 구석구석 소개하는 건 내가 아니면 못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말마다 도서 산간 지역을 돌며 사진 찍고 여행기를 쓰고 번역을 맡겼다. 혼자 만드는 콘텐츠에 한계를 느껴 이젠 사진 동호회원들을 이용한다. 여행비를 일부 지원하고, 여행기와 사진을 받는 식이다.
최근엔 경기 고양시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이 지역 관광 정보를 몽골·러시아인들이 볼 수 있게 만들고 있다. 벌이는 적지만 유씨는 "꼭 필요한 일"이라 했다. "다문화 가정이 우리 사회에서 더 중요해질 거예요. 외국인 가족에게 한국을 정말 자세히 설명할 수 있나요?"
입력 2017.05.0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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