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는 유명 관광지 나라와 교토가 1시간 거리에 있고 풍부한 유휴 부지가 있어요. 인공섬 유메시마(夢洲·꿈의 섬)를 오사카 엔터테인먼트의 거점으로 만들 겁니다."
마쓰이 이치로 오사카부 지사는 지난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일본 제2 도시인 오사카를 '일본의 마카오'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작년 말 일본 의회를 통과한 '카지노 중심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IR) 정비 추진법'에 따라 일본에 처음 생기는 카지노를 오사카에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오사카는 파친코로 명성을 떨쳤다. 오사카 유흥가인 난바 지역에는 한집 건너 파친코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파친코 업계 관계자는 "오사카와 히로시마 등 간사이 지역에는 일본 전체 파친코의 절반이 몰려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의 파친코 산업은 경기 침체 속에 예전만 못하다. 1995년 1만8000여 개에 달하던 일본 전역의 파친코는 지난해 1만여 개로 줄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도 31조엔(314조원)에서 19조엔(191조3300억원)으로 감소했다. 오사카의 파친코 산업은 1985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간판 대기업이던 산요전기나 코스모석유 등이 줄줄이 도쿄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더 큰 피해를 봤다.
오사카가 카지노 유치에 나선 것은 이런 파친코 쇠퇴를 극복하면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이다. 일본은 그동안 경마와 파친코 등은 허용했지만, 심각한 도박 중독 등을 우려해 카지노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집권당인 자민당은 지난해 말 연정 파트너인 공명당과 야당의 반대에도 카지노를 해금(解禁)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관광객 유치 등을 위한 새 관광자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오사카는 경쟁 도시 중 카지노용 대형 부지를 유일하게 마련해 두고 있다. 오사카만에 있는 390만㎡ 크기 인공섬 유메시마가 그곳이다. 오사카는 유메시마 중심부와 서북쪽 69만㎡ 부지를 카지노용으로 내놨다. 서울 여의도(290만㎡)의 4분의 1 크기다.
이곳은 간사이 국제공항(지난해 이용객 2571만명)에서 46.9㎞ 떨어져 있어 접근성도 좋다. 공항에서 승용차로 약 4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마쓰이 지사는 "2023년까지 오사카에서 첫 카지노가 개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언론도 오사카의 카지노 유치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베 정권이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쇠락하는 오사카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자민당과 우익 성향 야당인 '유신의회'의 암묵적 약속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자민당은 오사카에 일본의 첫 카지노를 허용해주고, 의회 27석인 '유신의회'는 개헌 정국에서 자민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물밑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오사카는 올 1월 카지노 리조트가 완전히 문을 여는 2030년까지 1조3300억엔(13조4000억원) 경제 효과를 거두고, 그 후에는 매년 6300억엔(6조3400억원) 이상 매출이 생길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연간 7만명에게 새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MGM, 멜코 크라운 등 글로벌 카지노 업체들도 적극적이다. 오사카에 카지노가 허용되면 100억달러(11조365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국제 전문가들은 오사카에 카지노가 들어서면 싱가포르 카지노의 2배 정도에 이르는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오사카는 카지노를 유치하려면 '주민 반대'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최근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사카 시민 60%가 카지노 유치를 원하지 않았다. 도박 중독과 범죄율 상승 등을 우려했다.
오사카는 2025년 국제박람회(엑스포)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 뒤이은 세계적인 이벤트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오사카는 1964년 도쿄 올림픽 개최 이후인 1970년에도 국제박람회를 연 적이 있다. 오사카는 국제박람회장도 카지노를 추진 중인 유메시마에 짓겠다는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말 국제박람회 사무국에 오사카를 후보지로 한 공식 유치 신청서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