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수거는 바라지도 않아요. 다른 곳에서 사온 음식물 쓰레기나 버리지 말았으면….”

서울 동대문구의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모(22)씨는 새벽 시간만 되면 한숨이 깊어진다. 편의점 바깥에 설치된 간이 테이블 때문이다.

테이블 위에는 반쯤 남은 맥주 캔부터 치킨 조각과 과자 봉지까지 먹다 버린 쓰레기들이 수북이 쌓이기 일쑤다. 박씨는 “테이블 바로 옆에 쓰레기통을 놓아도 소용없다”며 “편의점 식품뿐 아니라 치킨집에서 사온 치킨을 먹고 가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남구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차모(26)씨 역시 “(야외) 테이블 위에 버려진 쓰레기로만 100ℓ 종량제 봉투를 가득 채운 적도 있다”면서 “가래침과 담배꽁초로 범벅된 바닥을 청소할 때면 너무 괴롭다”고 말했다.

편의점 야외석은 주머니 가벼운 청춘들엔 ‘간이 호프’로, 동네 주민에겐 파라솔 아래 잠시 쉬어가는 ‘쉼터’로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편의점처럼 꾸며놓은 주점인 ‘편의점 포차’까지 생겨날 정도다. 그러나 높은 인기와 달리 편의점 측은 야외 테이블 쓰레기 투기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편의점 내부에서 취식할 때는 ‘셀프 뒤처리’가 기본이었지만, 외부에 테이블이 놓이니 일부 사람들이 마치 술집에 온 듯 뒤처리를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뜨는 것이다.

본지가 서울 시내 야외 테이블이 있는 편의점 근무자(점주 포함) 20명에게 ‘야외 테이블 쓰레기 문제로 고민한 적이 있느냐’고 묻자, 13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성북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38)씨는 “야외 테이블 이용 손님 열에 예닐곱명 꼴로 쓰레기를 치우지 않고 간다”며 “특히 여러 명이 몰려와 술판을 벌이는 20대 손님들이 주요 기피 대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매출 올리려고 옥외 영업을 하는 마당에 쓰레기 치우는 것도 당연히 편의점의 몫’이라고 지적한다. 야외 테이블 설치 자체가 불법인 경우도 있다.

도로교통법 제65조에 따르면 지자체에 허가를 받지 않고 무단으로 도로와 인도를 점용해 파라솔·테이블을 설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야외 테이블을 설치할 이유가 매출 외에 더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에 편의점주 측은 야외 테이블은 손님들의 ‘취식 편의’를 위한 것이지 ‘돈벌이’가 될 수 없다고 반박한다. 편의점주 전모(44)씨는 “테이블 회전율도 낮고, 보통 동네 편의점 야외 테이블은 많아야 1~3개인데 값싼 편의점 물건 팔아봐야 얼마나 남겠느냐”면서 “편의점 내 취식구역이 좁아서 힘들게 드시는 손님들을 배려하려고 만든 건데 간단한 청소는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편의점주 김씨는 불법 문제에 대해 “대놓고 인도나 차도에 설치하는 건 당연히 벌금을 물어야겠지만, 우리처럼 사유지나 이면도로에 설치하는 경우도 많다”며 “법적으로도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허가받은 업종과 달리 대규모 야외 테이블을 설치하거나 불법 가건물을 설치한 경우라면 당연히 단속하는 게 맞다"면서도 "다만 시민이 쉬거나 가볍게 즐기고 가는 테이블까지 단속하는 건 인력도 부족하고, 단속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 원장은 "어디까지 셀프서비스인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다 보니 생기는 혼란"이라며 "셀프 문화가 확대되면서 발생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현 원장은 이어 “카페에서는 자기가 마신 커피잔과 쟁반을 치우고 가는 문화가 정착된 점을 고려한다면, 편의점 매너도 머지않아 확립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