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 구글은 4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국세청에 지난 10여 년간 내지 않은 세금 3억600만유로(약 3800억원)를 납부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국세청과 사법 당국이 구글의 탈세 혐의를 조사하면서 옥죄자 백기(白旗)를 든 것이다. 이번 조치는 구글과 유사한 방식으로 세금을 회피해온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글로벌 기업들에 직접적인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최대 조(兆) 단위의 돈을 벌면서 거의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영국에 이어 이탈리아에서도 백기… 세금 전쟁에서 연이어 패배한 구글

이탈리아 국세청은 구글이 2002~2015년 이탈리아에서 거둔 매출액 10억유로(약 1조2400억원)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봤다. 구글이 이탈리아 고객을 상대로 번 돈을 아일랜드의 법인 매출로 잡는 방식으로 탈세했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탈리아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 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유료 앱을 사거나 자국 기업이 구글 사이트에 자국 소비자를 타깃으로 광고를 집행했다면 당연히 이탈리아에서 번 돈으로 과세 대상이라는 논리다. 그런데 구글은 이탈리아 고객이 인터넷을 경유해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유럽 본사와 거래하는 형식으로, 이탈리아에서 발생한 수익을 아일랜드로 몰아줬다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이탈리아(24%)의 절반 수준이다.

이탈리아 사법 당국은 다만 구글이 밀린 세금을 내기로 합의함에 따라 구글의 탈세 수사를 종결했다. 구글 측은 이날 "이탈리아 인터넷 생태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탈리아 외에도 세계 각국은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일명 '구글세(稅)' 징수에 나서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15년 4월 '외국계 기업이 영국에서 번 돈을 다른 국가로 우회하면 이에 대해 25%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구글세를 처음 도입했다. 이후 영국 정부는 작년 1월 구글로부터 1억3000만파운드(약 1906억원)의 세금을 징수했다.

프랑스 정부는 16억유로(약 2조원)의 세금 징수를 추진하고 있다. 작년 5월 프랑스 검찰이 탈세와 자금 세탁 혐의로 구글프랑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한 달 뒤 6월에는 스페인 경찰도 탈세 혐의로 구글의 마드리드 사무소를 조사했다. 러시아·호주·인도네시아도 구글에 세금 추징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세 논란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의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작년 8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에 130억유로(약 16조20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하라고 결정했다.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에 과도한 세금 혜택을 준 것이 EU 법률 위반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애플과 아일랜드 정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EU 집행위는 애플과 같은 혐의로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룩셈부르크 법인을 조사하고 있다. 아마존이 유럽에서 거둔 이익을 룩셈부르크 법인 '아마존EU'로 이전한 뒤 조세 당국과 협의해 낮은 법인세만 냈다는 혐의다.

한국도 구글세 도입 목소리 커져

우리나라에서도 유럽 각국처럼 '구글세'의 개념을 적용해 세금을 추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구글은 우리나라에서 영국이나 이탈리아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의 앱 장터 구글플레이의 국내 거래액은 약 4조5000억원으로 미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 시장으로 추산된다. 이 중 수수료 30% (약 1조3400억원)가 구글의 수입이다. 여기에 국내 기업들이 구글의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연간 3000억~4000억원 정도의 광고비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한회사인 구글코리아는 대외적으로 실적을 공개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2015년 말 '국제 조세 조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구글과 같은 외국 기업에 대해 해외 본사 또는 지사와의 거래 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이 법안은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국세청이 마음만 먹으면 해외 매출로 둔갑한 글로벌 기업의 국내 매출을 찾아내 세금을 추징할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인천대 홍기용 교수(경영학과)는 "개정안에 따라 외국 기업의 과세 자료 확보가 용이해진 만큼 우리 세무 당국도 올해부터는 숨겨진 세금분을 찾아 제대로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세(Google tax)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 등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 국가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도 벌어들인 소득을 세율이 낮은 국가로 옮겨 세금을 절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