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에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자. 그 때 ‘X틀란티스’ ‘T-X스프레스’ 등의 익스트림 기구들을 탔을까? 그럴 리 없다. 아직 초등학생도 아닌 아이가 아빠 품에 안긴 채 핸들을 이리 저리 돌려 앞에 있는 엄마차, 오빠차를 쿵!쿵! 하고 박았던 기억. ‘범퍼카’가 그 날의 최고였음에 틀림없다. 음악이 나오고 범퍼카가 스르르 멈출 때 ‘시간이 조금이라도 더 길었으면…’ 하고 바라지 않았던가.
지금 소개할 이 범퍼카야말로 지금 놀이동산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아동들을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 안의 시간은 외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천천히 흐른다. 범퍼카가 엄청나게 빠르게 움직이면 범퍼카를 타고 있는 시간이 천천히 흘러……
유튜브 채널 독자 수가 400만명에 달하는 영국인 괴짜 발명가 콜린 퍼즈(Colin Furze)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범퍼카 제작에 도전했다. 그는 낡은 범퍼카에 600㏄짜리 오토바이 엔진을 이식했다. 완성된 범퍼카는 어릴 적 놀이동산에서 봤던 그 모습과 거의 흡사했다.
영국 TV프로그램 ‘탑 기어(Top Gear)’의 공식 드라이버 스티그가 시험 운전을 위해 범퍼카에 올라탔다. 스티그는 범퍼카를 만만히 보고 헬멧도 착용하지 않은 채 출발했지만, 이내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얼굴을 때리는 맞바람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정도였다. 범퍼카의 속력은 점점 높아져 최대 시속 160㎞ 까지 올라갔다.
BBC Worldwide의 후원으로 제작된 이 범퍼카는 기네스북 ‘세계에서 가장 빠른 범퍼카’ 기록으로 인정받았다. 물론, 시속 160㎞는 아인슈타인을 소환할 만큼의 속도는 아니기에, 이 범퍼카를 타더라도 놀이동산의 1회 탑승시간이 더 길어질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