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딸만큼만 인기가 있었어도….'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는 선거 운동 기간 이런 생각을 여러 번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유 후보의 딸 유담(23·대학생)씨의 대중적 인기, 특히 남성 청년 유권자 사이에서의 관심은 '국민 딸'이라는 별칭이 과장이 아닐 만큼 뜨거웠다.
지난 달 30일 대구에서 기자와 단독으로 만난 담씨는 외모만큼 아버지를 생각하는 마음도 예뻐 보였다. "아빠는 항상 공부를 많이 하시거든요. '경제, 안보에 있어서는 유승민이 전문가'라고 많은 분이 인정해 주시는데, 왜 그게 지지율로 연결이 안 될까… 답답해요. 그래도 언젠가 국민께서 아빠의 진심을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담씨가 언론 취재에 응한 것은 처음이다.
담씨는 작년 4·13 총선 당시 처음 언론 카메라에 포착된 뒤 빼어난 미모로 화제가 됐다. 담씨 덕분에 유 후보는 '국민 장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유 후보가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담씨에 대해 질문이 쏟아지자 언급을 피하려 하면서도 마지못해 "딸이 술을 많이 마셔서 내가 데리러 간 적도 있다"고 한 발언이 내내 회자되기도 했다.
선거 현장에서 담씨는 대선후보인 아버지 못지않은 '유명인'이었다. 그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유승민'과 '4(유 후보의 기호)'가 큼지막하게 적힌 선거운동복을 입은 담씨는 이날 유 후보의 대구 일정을 전부 따라다니며 선거 운동을 도왔다.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이월드, 김광석거리, 동성로 등에서 만난 시민들은 "우와, 예쁘다" "유승민 딸이다"며 담씨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담씨는 손가락 네 개를 펴 보이며 "기호 4번 유승민입니다", "감사합니다. 꼭 투표해주세요"라고 화답했다. 한 편에서 유 후보가 시민들과 대화하고 있으면, 다른 편에선 담씨가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는 식이었다. 일부 시민은 유 후보에게 "따님하고 사진 찍어도 돼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날 대구의 낮 기온은 31도까지 올랐지만, 담씨는 구슬땀을 흘리며 시민들과 수백 장의 '셀카'와 '인증샷'을 찍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당 관계자들은 "담이가 성격이 워낙 적극적이고 밝아서 잘한다"고 했다. 담씨도 "작년 총선 때 (선거 운동을)해봐서 어렵지 않다"고 했다.
강행군이 이어지는 가운데 짬짬이 담씨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자신을 향한 관심에 쑥스러워하면서도, 거의 모든 질문에 명료하게 답했다.
유 후보는 바른정당 내에서 자유한국당 혹은 국민의당과 후보 단일화에 나서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좀처럼 오르지 않는 유 후보의 지지율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딸은 어떻게 보는지 물었다. "다녀보면 (반응이)다 좋아요. 특히 젊은 세대, 대학생 중엔 아빠를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빠는 딱히 안티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왜 그게 지지율로 연결이 안 되는지 너무 미스터리예요. 안타깝습니다."
대구·경북 유권자나 보수층 일각에선 유 후보를 '배신자'라고 공격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유담씨는 "지금 아빠가 지지율이 낮은 이유도 그게 큰 이유인 것 같다"면서 "많이 억울하다"고 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약간 목소리 톤을 높였다. "아빠가 국민을 배신한 적은 없잖아요. 제가 지켜본 아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에게 존경받는 분이 되기를 누구보다 바란 분이거든요. 그런데 거기다 대고 배신자라고 하니… 마음이 아파요. 이번이 꼭 아니더라도, 언젠가 국민께서 아빠의 진심을 알아주실 것이라고 믿어요." 그러면서 그는 "제가 딸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기자님 생각은 어떠세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라고 되묻기도 했다.
담씨는 최근까지 학교 중간고사를 치르느라 바쁜 와중에도 대선 후보 TV토론회를 거의 다 챙겨봤다고 했다. 유 후보는 각 토론회 직후 이뤄진 일부 여론조사에서 '가장 잘한 후보'로 꼽히는 등 호평을 받고 있다.
담씨는 "후보들의 토론 능력도 진짜 평소에 나라와 국민에 대해 고민하고 쌓은 실력이 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토론회에 대한 호평이 지지율로 연결되지 않는 것에 대해 언급하며 "국민께서 (유 후보가) 그만큼 능력있는 사람이란 걸 몰라주시니까 딸 입장에서 속상하다"고 했다.
그는 여러 차례 "아빠는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아빠는 공부도 많이 하시고, 자기가 맡은 분야에 있어서는 늘 자신감 있고, 또 다른 분들도 다 인정해 주시거든요. 그런데 많은 분이 잘 몰라주셔서, 속상하고 아쉬워요. (대통령이 되면) 정말 잘하실 분인데…."
담씨는 "아빠는 원래 가족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싫어한다"며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서 (유 후보가)가족에게 많이 미안해한다"고 했다. 그는 선거 운동을 돕는 것에 대해서 '자식 된 도리'라고 표현했다.
담씨는 오빠 유훈동(35)씨와 함께 아이돌 그룹 트와이스의 'Cheer up(치어업)'을 개사한 유세곡에 맞춰 율동하는 유 후보 지지 영상을 찍기도 했다. 그 영상은 유튜브에서 조회 수 22만여 건을 넘기는 등 화제가 됐다. 그는 "캠프에서 처음 노래를 불러보자고 제안했는데, 노래가 여자 키라서 오빠가 부르지 못해 춤을 추게 됐다. 그렇다고 춤을 잘 추지는 못 한다"며 웃었다.
그는 자신에게 관심이 많이 쏠린 것에 대해 놀랐다고 했다. "처음엔 얼굴이 (언론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됐는데, 다행히 아직 많이 알아보시진 않아서 자유롭게 살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귀엽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유 후보는 이날 지지자들이 몰려 정신이 없는 통에도 "담이야, 이리 와"라며 살뜰히 딸을 챙겼고, 시민들에게 딸을 소개하며 미소지었다. 유 후보는 이날 방천시장의 한 좌판에서 5000원짜리 팔찌를 사서 딸에게 선물했다. 담씨는 자신에게 사인을 해달라며 유 후보가 쓴 책을 내미는 지지자에게 작은 글씨로 '유담 올림. 아빠 파이팅'이라고 적었다.
동국대 법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여느 또래 대학생들과 비슷한 모습이었다. 얼마 전 중간고사가 끝났다는 그는 진로에 대해 "제가 가고 싶어도 (기업에서) 뽑아줘야 갈 수 있죠. 요새 취업이 너무 어려워서 걱정이에요"라고 했다. TV 예능 프로그램 'SNL'에서 자신을 패러디한 래퍼 키썸에 대해 "저랑 동갑인데 랩도 잘하고 예뻐요"라며 웃었다.
담씨는 앞서 지난달 26일 서울 신촌에서 한 유세 연설에서 유 후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아는 아버지는 매우 정의롭고 정직한, 현 시대에 필요한 근본적인 개혁을 단행할 능력이 있는 분이거든요. 꼭 믿어주시고, 많은 응원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