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최근 이른바 '설거지 발언', '돼지발정제 논란' 등으로 "성차별적 여성관을 가졌다"고 공격받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세대의 다른 정치 거물들 중에도 '오십보 백보 수준'의 여성관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 후보는 지난 17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남자가) 설거지를 어떻게 하느냐? 남자가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하는 일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 홍 후보가 2005년 출간한 자서전에서 대학 신입생 때 하숙집 룸메이트가 돼지 발정제를 사용해 맘에 드는 여성을 욕보이려 했는데도 그 일을 방조했던 일화를 소개해 최근 논란이 됐다.

홍 후보는 이 두 가지 논란에서 '여성을 남성의 종으로 보는 것이냐', '성폭행 모의범 아니냐' 등의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1994년 낸 자서전 '여보 나 좀 도와줘'의 일부 내용이 새롭게 부각됐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이 아내 권양숙 여사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여성을 고의적로 성희롱한 내용이 책에 담겨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책에서 “작은 말다툼도 걸핏하면 싸움으로 비화되기 일쑤였다. (중략) 형수에게 구박당하며 살았던 형님처럼 될 수 있다는 초조감과 불안감에 나는 급기야 아내에게 손찌검까지 하는 남편이 되고 말았다”고 썼다. 또, 다른 사람이 결혼 생활에 대해 조언을 구하자 “(아내는) 조져야 돼. 밥상 좀 들어 달라고 하면 밥상 엎어 버리고, 이불 개라고 하면 물 젖은 발로 이불을 질겅질겅 밟아버리는 거야. 그렇게 해야 꽉 잡고 살 수 있는 거야”라고 가르쳐 준 적도 있다고 적었다.

다른 대목에서는 “(변호사 시절) 나는 대뜸 이렇게 농담을 했다. ‘그래도 남자한테는 여자가 서너 명은 항상 있어야지. 한 명은 가정용, 또 한 명은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뺑뺑이용, 그리고 또 한 명은 인생과 예술을 논하는 오솔길용. 이 정도는 있어야 되는 거 아니야?’”라고 쓰기도 했다.

길을 지나가는 여성에게 음담패설을 하고 성희롱을 했다는 내용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한 번은 일터로 나가는 길에 지나가는 아주머니들에게 음담패설로 희롱을 한 적이 있었다. (중략) 아주머니들이 지나가고 있는 길거리를 향해 나란히 줄지어 서서는 바지춤을 내렸다. 그리고 단체로 오줌을 갈겨댔다. 밥 먹고 생각하는 거라곤 그런 것뿐이었다”고 썼다.

노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이런 일들에 대해 고백한 뒤 ‘부끄러운 과거의 일이고, 참회한다’는 취지로 반성했다. 그는 “‘칠거지악’ 같은 남성 중심 사회를 상징하는 말을 자주 들으며 자랐던 만큼 자연스레 여성을 장식물쯤으로 생각하는 사고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여성 문제를 다룬 책 ‘하늘의 절반’을 읽고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며 “그 이후 나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고, 나와 아내 사이도 달라졌다. 나도 아내를 존경할 줄 알게 됐다”고 썼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자서전 '넥타이를 잘 매는 남자'(1996) 중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역시 이와 비슷한 가부장적 여성관을 가졌던 사실이 본인의 자서전에 적혀 있다. 박 대표는 1996년 낸 자서전 ‘넥타이를 잘 매는 남자’에서 “나는 늘 고루한 한국적 남편의 표본 그 이상이었다”며 “신혼시절부터 집안 일에는 손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방에 전등이 탈이 나도 내가 고치려 하지 않아고, 고칠 줄도 모른다. 그런 모든 건 으레 집사람의 일이라고 우리 부부는 생각하며 살았다”고 적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의 자서전 '넥타이를 잘 매는 남자'(1996) 중에서.


박 대표는 "나는 결혼하기 전부터 집사람이 절대 직장 생활을 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래서 집사람은 결혼과 동시에 교사 생활을 그만두었고, 본인도 당연히 결혼하면 남편 뒷바라지에만 전력을 다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적기도 했다. 뒤이어 최근 부부 맞벌이가 보편화된 것을 볼 때 "집사람의 사회 활동을 막아버린 건 아무래도 또 하나의 죄악이라고 생각한다"며 반성했지만, 과거엔 케케묵은 '가부장 타입'이었다는 걸 고백한 셈이다.

박 대표는 홍 후보의 '돼지 발정제' 논란이 불거졌을 때는 페이스북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유세를 하며) 이래저래 두근두근 가슴입니다. 다행히 돼지약은 안 먹었습니다"라고 쓰며 홍 후보를 조롱했다. 그러나 홍 후보의 '설거지 발언'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