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에 사는 주부 박민영(35)씨는 지난 주말 두 살배기 딸 유모차에 방한 커버를 씌우고 공기청정기〈사진〉를 설치했다. 오염된 외부 공기를 차단하고, 미세 먼지를 거른 청정 공기만 통과시키겠다는 뜻이다. 공기청정기는 시중에서 파는 제품이 아니라, 박씨가 직접 만든, 이른바 'DIY(Do It Yourself·반제품 상태로 구입해 직접 조립하거나 만드는 것)' 조립품이었다. 자동차용 에어컨 필터를 휴대용 선풍기에 부착해 만든 것으로, 선풍기 바람이 에어컨 필터를 통과하면서 공기 중 미세 먼지가 걸러진다는 원리다. 제조법은 박씨가 인터넷에서 직접 찾았고, 제작 비용은 2만원이 채 안 됐다. 박씨는 "같은 어린이집 엄마들 사이에 DIY 공기청정기가 유행이라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만들었다"며 "외출 때 마스크는 기본이고 유모차용 공기청정기까지 준비해야 그나마 안심이 된다"고 했다.
최근 미세 먼지에 '봄철 불청객'인 황사까지 겹치자 불안감을 느낀 엄마들이 내 아이 건강 지키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올해 1~3월 전국에 미세 먼지 주의보는 86회 발령됐다. 2015년(55회), 2016년(48회)보다 크게 늘었다. 지난주부터는 중국발 황사 습격이 시작됐다. 각종 육아 커뮤니티에는 유모차용 공기청정기를 만들었다는 후기(後記)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DIY 공기청정기에 사용되는 한 필터 제품은 한때 품절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고, 중고 제품도 꽤 비싼 값에 거래됐다. 이 필터는 어린이방 창문 방충망에 붙이는 용도로도 쓰이고 있다.
미세 먼지가 심한 날에 아이 코 세척을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직접 해결하는 엄마들도 늘고 있다. 분당에 사는 주부 김모(36)씨는 최근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여덟 살 아들을 위해 코 세척기와 생리식염 분말을 샀다. 미세 먼지 농도가 '나쁨(81~150㎍/㎥)' 수준인 날 외출하고 돌아오면 코 세척을 시키기 위해서다. 서울 송파구의 한 이비인후과는 "봄철 미세 먼지나 황사가 걱정돼 '아이 코 세척을 직접 해도 되냐'고 묻는 엄마들의 상담 문의가 일주일에 5건 이상 들어온다"고 했다.
입력 2017.04.2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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