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배우 김승우가 출연한 LG텔레콤(LG유플러스 전신) CF '019 아빠빠빠'로 히트를 친 광고계의 스타 감독 채은석(54)이 오페라 연출에 도전한다. 사단법인 무악오페라(단장 김정수)가 다음 달 12~14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제8회 대한민국오페라페스티벌 개막작으로 올리는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소프라노 김라희·손현경, 테너 한윤석·신상근 출연)다. 주인공 세 명이 사랑과 질투, 애욕과 반목, 기다림과 좌절을 거듭하다 모두 죽어나가는 비극이다.

채은석 감독은“분노와 질투가 활활 타올랐던 뜨거운 여인 토스카가 나와 참 많이 닮아 있다”고 했다.

자본주의의 최전선에서 '15초의 예술'을 지휘하는 CF 감독으로 화제작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오페라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만난 채 감독은 "대학(연세대 철학과 82학번) 시절 방송국에서 클래식 음악 PD를 했던 경험이 용기를 줬다"고 했다. "지난해 이맘때 연출 의뢰를 받았어요. 작품도 처음부터 '토스카'였죠. 20대 초반에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를 처음 봤는데 '재밌다! 근데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모르겠네'란 느낌을 동시에 받았던 기억이 선하거든요. 진짜 쉽고 재밌는 오페라를 보여 드리고 싶었죠."

채 감독은 "일단 관객의 입장에서 예전에 '토스카'를 봤을 때 헷갈리고 납득이 안 갔던 부분들을 중점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라고 했다. "보통은 막이 오르면 음악이 바로 시작되는데 저희는 탈옥한 안젤로티가 언덕을 내려와 두려움에 떨면서 성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부터 보여 드릴 거예요. 어떤 상황인지, 누구를 향해 부르는 기쁨의 노래인지, 무엇을 향해 쏟는 분노인지 관객이 제대로 알아야 감동을 할 수 있잖아요." 그는 "크리에이티브(creative)란 새로운 생각에서 유일한 걸 끄집어내 모두가 인식하도록 보편화하는 것"이라며 "채은석의 경험을 모두 살려 누가 뭐래도 '쉬운 토스카'를 보여 드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