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24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성남동 중앙시장을 방문해 시민과 셀카를 찍고 있다.


#1. 지난 18일 정오 무렵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경기 파주 선유산업단지에서 열린 '중소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 참석 중이었다. 한 기업인이 유 후보에게 "후보님께서 중소기업 처우를 대기업의 80%까지 맞추겠다는 공약에 200% 찬성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잠시 침묵하다 빙긋 웃으며 답했다. "그건 안철수 후보의 공약이고요." 해당 기업인을 비롯, 좌중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 후보는 태연한 어투로 설명을 이어갔다. "그건(안 후보 공약은) 기업 스스로 해결하라는 것과 같아요. 저는 4대 보험을 국가가 부담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이겠습니다."

#2.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국방송기자클럽 토론회'를 마친 유 후보에게 기자들이 백브리핑(자유 질의응답)을 요청했다. "당내 사퇴 압박이 계속되는데 어떻게 할 건가" "(후보 사퇴 요구 위해 열리는)의원총회가 열리면 참석할 건가" 등 후보 입장에서 별로 유쾌할 리 없는 질문들이 이어졌다. 유 후보는 손을 모으고 하나하나 성실하게 답했다. 질문이 더 없자, 기다리던 유 후보는 "방금 토론회에서 제가 중국 역사 사례를 들었을 때 '원나라'를 '청나라'로 잘못 말했다"며 '자진 신고'를 하기까지 했다.

#3. 지난 22일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유 후보 유세에 유 후보의 딸 유담(22)씨가 등장했다. 유담씨를 본 시민들이 "와, 와"하고 환호했다. 작년 총선 때 아버지의 유세를 돕기 위해 나왔다가 빼어난 미모로 주목 받은 그녀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유 후보를 '국민 장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동국대 법대 재학생인 유담씨는 원래 중간고사가 끝나는 오는 27일부터 유세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시험기간 중 닷새나 일찍 모습을 드러낸 그녀와 사진을 찍으려는 지지자들로 유 후보 주변이 붐볐다. 당 관계자는 "사실 유 후보는 딸을 내세우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는데, 마지막까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하지 않겠냐"라고 털어놨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후보의 딸 유담 씨가 22일 오후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유세에서 참가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유 후보는 앞선 세 차례 TV토론에서 '토론의 명수(名手)'라는 평을 듣고도 지지율이 3~4%에 머무르고 있다. 소속 정당 의원수도 33명으로 주요 후보 5명 중 4번째고, 선거 캠프의 자금도 주요 당의 10분의 1수준이다. 당 일각에서는 그의 후보직 사퇴와 타 후보와의 단일화를 공공연하게 요구하고 있다.

본지 취재팀이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한 주 전국 유세 현장에서 본 유 후보는 모인 시민들 한 명 한 명마다 손을 잡고 지지를 호소했다. 사인을 요청하면 사인을 해주고,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면 원하는 포즈대로 찍어줬다. 취재진의 질문에 최대한 성의껏 답했다.

지지자와 악수하고 있는 유승민 후보 모습.


18일 오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특성화학교인 김포 하성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성화 교육과 직업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로특강을 했다. 학생들에게 "제가 누군지 아세요?"라며 자신을 소개한 유 후보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교육 공약을 알기 쉽게 풀어 설명했다. "네일아트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여학생에게 " 아직 1학년이니 잘 알아보고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간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유 후보가 40분간 강의를 마치고 교실 밖을 나서자 학생들이 몰려들었다. 학생들에게 유 후보의 인기는 폭발적이었다. 유 후보가 가는 길에 학생들이 도열하듯 줄을 서 있었고 유 후보는 그런 학생들에게 한 명씩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연예인을 만난 것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하는 여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멀리서 유 후보를 발견하고 달려와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는 학생들만 수십명이었다. 몇몇 학생들은 2,3층 교실에선 창밖에 몸을 내밀고 "꼭 대통령 되세요!" "유승민 대통령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후보는 그런 학생들에게 한 명씩 일일이 악수를 청하고 같이 사진찍었다. 원래 예정 시간보다 10분 이상 늦어졌으나 유 후보는 개의치 않았다.

기자들이 "투표권도 없는 학생들에게 유독 인기가 좋네…"라며 갸우뚱했지만, 유 후보는 "하루 한 번 이상 정책과 관련된 현장을 방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지자의 손녀에게 덕담을 써주고 있는 유승민 후보.


21일엔 여의도 국회 옆에서 열린 '자전거 유세단 발대식' 이후 한 할아버지가 "손주딸에게 덕담 좀 부탁한다"며 노트를 내밀었다. 유 후보는 손녀의 이름을 물어 본 뒤 '민세원 학생, 건강하게 아름다운 꿈을 키워가길 기도합니다. 2017.4.21. 유승민 드림.'이라고 썼다. 할아버지가 "대통령 후보라고도 써 달라"고 재차 부탁하니 선선히 본인 이름 옆에 '바른정당 대통령후보'라고 적어 넣었다.

선유산업단지 시찰을 마친 유 후보에게 기자들이 백브리핑을 요청하자, 그 자리에서 곧바로 질문을 받았다. 한 기자가 "낯익은 운동화를 신고 다니신다"고 말하자, 유 후보는 "어제 유세를 시작할 때 받은 8000원짜리 운동화인데 계속 신고다녔다"고 하며 발을 들어보이기도 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당 관계자들이 "이제 그만 해야할 것 같다"고 했지만, 유 후보는 기자들이 질문을 모두 마칠 때까지 답한 뒤 "밥 먹으러 가자"며 웃었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두류공원에서 열린 달구벌관등놀이에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