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철도'가 주목받고 있다. 디젤·가솔린 자동차가 내뿜는 각종 대기 오염 물질과 온실가스 등을 줄이기 위해 정부는 최근 전기 자동차 도입 확대를 역점적으로 추진 중이지만, 철도는 이미 전기로 움직이는 전기 열차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선 새롭게 건설되는 철도 노선은 대부분 전기 열차가 투입되고, 승용차보다 훨씬 많은 승객을 한 번에 실어나르는 철도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6월 미세 먼지 대책을 내놓으면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 노선 조기 착공 등을 포함한 것도 이 같은 철도의 친환경성을 감안한 결정이다. 여기에다 디젤 열차가 다니는 일부 노선을 전기 열차가 다닐 수 있도록 '전철화'해 현재 운행 중인 디젤 열차가 내뿜는 미세 먼지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부각되는 철도의 친환경성
철도의 대표적인 장점은 '저탄소 교통수단'이라는 점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철도로 승객 한 사람을 1㎞ 수송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승용차를 이용할 때의 6분의 1 수준이다. 철도로 1t의 화물을 1㎞ 수송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배를 이용할 때의 절반, 화물차를 이용할 때의 13분의 1에 불과하다.
SRT(수서발 고속철)의 경우 연간 62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SRT가 수서~부산 간을 운행하면서 연간 30만 그루, 수서~광주 간 운행으로 연간 32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를 낸다"면서 "SRT나 KTX 같은 고속철은 짧은 시간에 대규모 인원을 수송할 수 있어 승용차나 버스 운행을 대체하는 효과도 더 크다"고 말했다.
전철화를 통해 철도 차량을 기존의 디젤 열차에서 전기 열차로 교체하면 에너지 절약과 함께 미세 먼지 등 배출 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선 전기 열차는 에너지 효율이 좋기 때문에 디젤 열차 대비 31%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 공단 관계자는 "코레일 등 철도 운영자가 디젤 열차를 전기 열차로 바꾸면 동력 비용을 22.3% 절감할 수 있다"면서 "전기 열차가 디젤 열차에 비해 같은 조건하에서 수송 능력이 2.6배 더 뛰어나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운행 중인 디젤 열차를 전철화하면 대기 환경 개선에 특히 도움이 될 전망이다. 도심 자동차뿐 아니라 디젤 열차가 배출하는 미세 먼지와 질소산화물 등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부산 철도차량정비단에서 디젤 열차(기관차) 7대를 대상으로 배출 실험을 한 결과, 경유 1L를 소모할 때마다 배출되는 대기 오염 물질의 양은 미세 먼지 8.53g, 질소산화물 46.63g 등이다. 2014년 기준 코레일이 디젤 열차 운행을 위해 사용한 경유가 1억1373만L라는 점을 고려할 때 디젤 열차 운행으로 한 해 배출된 대기 오염 물질의 총량은 미세 먼지 970t, 질소산화물 5303t 수준이다. 연구원은 "디젤 열차의 대기 오염 물질 배출로 연간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148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국내 철도의 전철화율은 다른 철도 선진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2004년 47.1% 수준이었던 철도 전철화율이 2010년 61.1%로 껑충 오른 뒤 작년에는 다시 72.6%로 더 높아졌다. 철도시설공단은 제3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 등에 따라 향후 진주~광양(경전선), 신창~대야(장항선), 포항~동해(동해선) 등 7개 구간에 총 4조8000억원을 들여 전철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 철도 전문가는 "제천~쌍용 복선전철은 2013년 완공됐지만, 바로 인접한 노선인 원주~제천 복선전철이 2017년 완공 계획으로 추진되면서 전철화 사업 효율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면서 "속도감 있게 전철화 사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체 운행 구간에 조금이라도 전철화가 안 된 구간이 있으면 전기 열차가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철도업계에선 신규 철도 노선의 타당성 검토 등의 과정에서 도로 교통수단을 대체하는 효과와, 디젤 열차 운행을 줄여나가는 장점 등 철도의 '친환경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