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FC서울과의 경기를 기다려온 축구 팬들이 있다.
이웃 도시 안양 축구팬들이다. 안양 팬들에게 서울은 '옛사랑'을 빼앗아 간 분노의 대상이다. FC서울은 2004년 안양LG치타스 축구단이 서울시로 연고지를 이전해 생긴 팀이다. FC서울은 2005년 LG그룹에서 GS그룹으로 소속이 바뀌었지만, 안양 팬들의 한(恨)은 사라지지 않았다.
19일 안양 축구 팬들이 고대했던 FC서울과 만난다. 2013년 안양시와 시민들 주도로 창단한 FC안양이 FC서울과 FA컵 4라운드에서 맞붙는 것이다. 두 팀이 맞붙는 건 처음이다. 안양 축구 팬들은 13년 만의 '복수극'을 기대하고 있다.
두 팀을 악연으로 묶은 '연고 이전' 사건은 2003년 불거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서울월드컵경기장 활용법을 고민하던 당시 축구협회가 서울 신생 구단 창단을 준비했다가 경제문제 등으로 백지화되면서부터 일이 시작됐다. 2003년 말 기존 K리그 팀이 서울로 옮긴다는 소문이 흘러나오더니, 2004년 1월 그 주인공이 안양LG 축구단으로 밝혀졌다.
당시 안양LG 서포터즈와 안양 시민들은 축구팀의 서울 이전을 극렬히 반대했다. 삭발식과 서명운동으로 '반대 의사'를 전했다. K리그 내 다른 팀 팬들도 '우리 팀도 언제 연고지를 바꿀지 모른다'며 반대에 동참했다. 하지만 그해 3월 29일 LG축구단은 결국 서울시와 연고 협약을 맺고 FC서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안양 축구팀이 공식적으로 없어진 순간이었다. 이때부터 안양 축구 팬들은 FC서울을 부를 때 '도리를 저버렸다'는 뜻으로 '패륜'이란 단어를 쓰고 있다.
FC안양이 호남대와의 FA컵 3라운드 경기에서 1대0으로 이겨 4라운드에 진출하면서 FC서울과 경기가 확정됐다.
안양 팬들은 "감개가 무량하다"는 반응이다. "안양이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자"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FC안양 서포터즈는 "우리의 분노가 선수들에게 에너지로 전해질 수 있도록 집중해서 응원하자"며 "어떤 경우에도 폭력 사태는 없어야 할 것"이라는 행동 강령까지 배포했다.
반면 연고 이전 후 빅클럽이 된 FC서울 팬들은 안양 팬들만큼 라이벌 의식을 느끼진 않고 있다. FC서울 팬 홍모(29)씨는 "인터넷에서만 왁자지껄할 뿐 실제로는 응원이든 경기든 우리가 무난하게 이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상대적 약팀인 안양 팬들 반응보다는 경기 결과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두 팀의 경기는 19일 오후 7시 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전력에선 클래식(1부리그) 4위 FC서울이 챌린지(2부리그) 6위 FC안양에 객관적으로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서울이 최근 리그 3경기에서 2무 1패로 부진한 반면, 안양은 2승 1패로 상승세인 만큼 이변의 가능성도 있다. 안양에서 3경기 연속 골을 기록 중인 정재희는 "팬들의 기대를 잘 알고 있다. FC서울이 상위팀이지만 우리 실력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종필 안양 감독은 "부담은 되지만, 모든 힘을 쏟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