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후보들의 선거 벽보도 일제히 게시됐다.
기호 1번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선거벽보 좌측에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을 이란 글귀를 당색인 파란색 계열로 박아 넣었다. 문 후보는 치아를 살짝 보이며 미소짓는 모습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얼굴 사진을 담았다.
손혜원 민주당 의원(선대위 홍보부본부장)은 선거벽보에 대해 "든든한 대통령 후보로서 중후하고 믿음직한 이미지, 국민을 향한 따뜻한 이미지, 늘 국민과 시선을 맞추는 대통령의 모습"이라며 "흰머리 한 가닥, 잔주름까지 그대로 정직하게 보이도록 했다"고 했다.
특히 2012년 대선에서 우측 상단을 비스듬히 응시하는 사진을 썼던 문 후보는 이번에는 정면을 바라보며 시선 처리를 바꿨다. 5년 전 벽보 사진이 편안하고 희망적인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중후하고 믿음직하게 국민과 눈을 맞추는 인상을 강조했다는 게 선대위의 설명이다.
기호 2번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이름 위에 '당당한 서민 대통령'이라는 선거 슬로건을 넣었고, 우측 상단에는 '지키겠습니다 자유 대한민국'이라는 문구를 당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적었다. 홍 후보는 엷은 미소를 띈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사진을 넣었고,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빨간 넥타이'를 맸다.
한국당 선대위 관계자는 "'흙수저' 출신 대통령이 이끄는 '서민이 행복한 대한민국', 세계 강대국과 당당히 맞서는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벽보에 담겼다"며 "'자유대한민국을 지킨다'는 문구는 홍 후보가 진정한 보수 후보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선거벽보는 인터넷 상에서 가장 화제가 됐다. 후보의 얼굴 정면을 클로즈업한 다른 후보들의 선거벽보와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두 팔을 높이 든 상반신 사진을 썼다. 선거벽보에 당명을 별도로 인쇄하지 않고, 안 후보가 두른 어깨띠에 당 로고와 '국민이 이긴다'라는 슬로건을 넣었다. 벽보 배경과 안 후보 넥타이 색깔은 국민의당 상징색인 초록색으로 했다.
안 후보는 이에 대해 "대한민국 정치역사상 아마 첫 시도"라며 "변화하는 모습과 변화하는 의지를 보여드리려고 한 것"이라고 했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첫 선거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번 벽보를 통해 제 국정 운영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아마 (기호) 1번부터 5번까지 벽보를 보면, 나머지 (후보들의) 벽보들은 누가 되나 대한민국은 변함없이 똑같을 것이라는 상징 아니겠나"라며 "기호 3번을 뽑아 주시면 반드시 대한민국을 창의적,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당 선대위 관계자는 "안 후보가 번쩍 든 두 팔이 승리의 'V'를 상징하고, 또 기호 3번과 어우러져 안 후보의 대표적인 업적인 'V3 백신'도 연상된다"고 했다.
안 후보의 선거벽보 작업에는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고 천재'로 불리는 이 대표는 원쇼 페스티벌, 클리오 어워드, 애디 어워드 등 국제 광고제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광고인이다. 지난 2013년에 방송된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은 이 대표 이야기를 모티브로 제작한 드라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보수의 새 희망'이란 슬로건에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구호를 적었다. 안보·경제 전문가로서 유 후보의 유능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것이다.
유 후보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정장 상의 재킷을 벗은 셔츠 차림의 사진을 넣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밝게 웃는 표정의 사진을 사용했다. 심 후보 얼굴 오른편에는 ‘노동이 당당한 나라’라는 문구를 넣었다. 부드러운 이미지로 대중 친화적인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진보정당의 색채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