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막으려 가격 통제했더니…
시장에서 물건이 사라졌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였던 밀턴 프리드먼(Friedman) 시카고대 교수는 1980년 펴낸 '선택의 자유(Free to Choose)'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경제학자들이 아는 게 많지 않을지 모르지만, 아주 잘 아는 한 가지가 있다. 과잉생산에 시달리게 하거나 또는 부족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중략) 어떤 물건이 부족하도록 만들고 싶다면 시장가격보다 낮은 수준으로 정부가 최고 가격을 설정하면 된다." 가격을 시장균형보다 낮은 수준으로 통제하면 생산량이 줄어 결국 소비자는 물자 부족에 시달리게 되며 궁극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겁니다.

서울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고객들이 신선채소를 고르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올랐다.

[정부 '닭고기값 으름장' 논란]

◇ '가격통제'는 물자 부족 부를 뿐

지난달 국내 치킨업계 1위 업체 제너시스 BBQ가 제품 가격을 인상하려 하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세무조사까지 들먹이며 업체를 압박했고, 결국 가격 인상을 막았습니다. 한국뿐이 아닙니다.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높다고 정부가 판단해 공급자가 받을 수 있는 최고 가격(最高價格)을 설정하고 가격을 통제하려던 사례는 많았습니다.

그러나 프리드먼의 지적처럼, 대부분 가격통제는 공급 부족이라는 결과를 초래하며 실패했습니다. 보호하려던 소비자들은 아예 물건을 구입하지 못하거나 실제 가격은 더욱 상승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프리드먼의 분석은 1970년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던 미국이 경험한 가격통제의 실패와 관련이 높습니다. 당시 물가 상승이 심해지자 미국 정부는 석유 등에 대한 가격통제에 나섰습니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의 유가(油價) 통제가 대표적 예입니다. 유가를 낮춰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목적하에 가격 규제가 시행된 결과는 '석유 부족 사태'였습니다. 미국은 산유국임에도 다른 비산유국보다 오히려 더 심한 석유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공급자들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시장에 공급을 꺼렸기 때문입니다.

역사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 가격통제 사례는 대중의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적인 동기와 관련이 높습니다.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 공포정치로 유명한 로베스피에르가 실시한 가격통제가 대표적입니다. 1793년 로베스피에르는 각종 농작물 등에 대해 최고 가격제도를 실시합니다.

이러한 제도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집니다. 첫째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공급한다는 목표인데, 강제로 싼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게 만드는 가격통제는 식품과 생활필수품들을 아예 시장에서 사라지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그럼에도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가격이 오른 불만을 정부가 아닌 상인이나 공급자에게 돌리는 데 성공할 수는 있었습니다. 정부는 가격을 잡으려 노력하지만 악덕 상인과 공급자들이 가격을 올려 받으려 한다는 식의 책임 회피입니다.

정부의 가격통제로 공급 부족이 발생한 예는 200년 전 프랑스혁명 때뿐 아닌 현시점에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악명 높던 남미 베네수엘라에서는 정부가 물가 상승을 막겠다고 가격통제를 가하자 생활필수품들이 상점에서 모두 사라져 버렸습니다.

◇ 주택임대료 통제하면 실제론 임대료 상승

가격통제와 이에 따른 부작용은 개발도상국뿐만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나타납니다. 가장 대표적인 본보기가 주택임대료 통제입니다. 주택임대료를 싸게 통제해서 저렴한 가격에 집을 빌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전월세 상한제'와 유사한 개념입니다. 그러나 스웨덴 복지국가 설계의 대표적인 학자로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군나르 뮈르달(Myrdal)은 주택임대료 통제를 선진국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정책 사례 중 하나로 비판했습니다.

하버드대 그레고리 맨큐 교수는 경제학자들이 서로 이견(異見)을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동의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임대료 통제의 부작용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스웨덴 경제학자 아사르 린드벡은 "폭격 이외 수단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주택임대료 통제"라고 했을 정도입니다.

주택임대료에 대한 가격통제가 도입되면 임대 소득을 목적으로 임대 사업에 투자할 인센티브가 감소하기 때문에, 그 결과 주택 공급이 감소해 주택 가격 및 임대료가 상승할 뿐만 아니라 주택이 질적으로도 나쁜 상태가 되는 것을 방치하게 된다는 뜻입니다. ▷기사 더보기

영국의 곡물법 폐지서 배워라

지난달 정부는 치킨 가격은 물론 대형 마트 계란 가격 인상도 사실상 강제로 막았습니다. 식료품은 생계비와 직결돼 가계 소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건 바람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판매자가 불공정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가격 인상 자체만으로 규제하고 세무조사까지 언급하는 행태는 권한 남용에 가깝습니다.

(왼)대형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계란의 모습. 3개월 연속 오르고 있다. (오)BBQ올리브치킨 매장 외부 모습

그렇다면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중요한 건 뭘까요? 19세기 영국에서 있었던 곡물법 폐지는 시장경제에 기초해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생계비를 안정시키고 경쟁력을 강화해 국민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임을 보여줍니다. 곡물법은 농업에 기초한 영국 지주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산 곡물 수입을 규제하려고 곡물 가격이 일정 이하로 내려가면 수입을 금지하던 법입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영국 소비자들은 높은 가격에 식료품을 구입하게 됐습니다. 높은 곡물 가격에 대한 영국 소비자들 불만이 높아졌고, 결국 사회적 갈등으로 터져 나오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최고 가격을 설정해 가격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면 상점에서 곡물은 사라지고 공급 부족으로 영국 소비자들은 오히려 어려움에 처했을 겁니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곡물 수입을 금지하던 곡물법을 폐지, 자유무역을 확대하고 국제시장의 저렴한 곡물이 좀 더 원활하게 국내로 공급되도록 했습니다.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