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실종 신고가 됐던 당시 3세의 남자아이가 “악귀가 씌였다”는 이유로 진돗개를 숭배하던 사이비 종교집단 신도에게 맞아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숨진 아이의 어머니는 아들이 학대당하는 것을 방관하다가 아들 시신을 함께 유기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신도 최모(여·41)씨의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폭행치사)로 사이비 종교집단 훈육 담당자 A(여·51)씨를 구속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A씨와 함께 아들 시신을 유기하고, 다시 이를 파내 화장한 혐의(사체유기·사체손괴)로 어머니 최씨와 이 종교집단 교주 부부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는 진돗개를 숭배하는 사이비 종교에 빠져 남편과 갈등을 빚던 지난 2014년 2월 이혼 절차를 밟으면서 아들 B(당시 3세)군과 딸(10)을 데리고 이 종교집단이 운영하는 ‘공동체’에 들어갔다. 자칭 '진도견을 사랑하는 모임'이라고 불리는 이 종교집단은 “진돗개에 영적 능력이 있다”고 맹신하고 있었다. 당시 이 집단의 근거지는 서울 강서구 화곡동 다세대주택이었다. 이들은 한 집에 진돗개 10여마리가 '영물'로 모셨고, 다른 세 집에서 신도 10여 명이 공동생활을 했다.

A씨는 B군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차례 폭행하는 등 다섯 달 동안 학대했다. 그는 2014년 7월 7일 오전 11시쯤에는 엄마 최씨가 보는 앞에서 나무주걱으로 입술이 터질 정도로 B군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군이 오줌을 못 가리는 것이 '악귀' 때문인데 악귀를 쫓으려면 때려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A씨는 어머니 최씨에게도 “너도 좀 아들을 혼 내라”며 나무주걱을 건넸으나 최씨는 폭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경찰은 밝혔다.

폭행당한 B군은 갑자기 몸이 축 지더니 결국 숨졌다. A씨와 최씨는 교주 아내 C(49·구속)씨와 함께 B군의 시신을 나무 상자에 담아 또 다른 근거지가 있던 전북 전주 주변 야산에 묻었다. 이들은 멧돼지가 B군의 시신을 파내 범행이 들통날까 걱정하다가 사흘 뒤 교주 D(55·구속)씨와 함께 B군의 시신을 꺼내 그 자리에서 태운 뒤 강변에 유골을 뿌렸다.

최씨는 범행 한 달 뒤 “경기 부천 한 백화점 앞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며 경찰에 거짓으로 아들 실종 신고를 했다. 최씨는 그 백화점 인근 네일아트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

경찰이 B군의 행방을 찾지 못하면서 이 사건은 미제 사건이 될 뻔했다. 하지만 경찰은 올해 미취학 학생 소재 파악 과정에서 2년 10개월 만에 B군 사건의 실마리를 찾았다. 경찰은 신도였던 E(여·71)씨를 끈질기게 설득해 범행 정황을 파악한 뒤 이달 초 최씨와 A씨, 교주 부부를 모두 검거했다. 이들은 모두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최씨는 7개월 전부터는 남편과 재결합했지만 아들 B군의 행방은 남편이 물어도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