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아 고전으로 남는 명작들. 따뜻한 봄, 4월 극장가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재개봉 영화 6편을 소개한다.

극장가에서는 몇 년째 재개봉 영화 열풍이 식을 줄을 모른다. 특히 비수기에 스크린을 메우는 경우가 많다. 양경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은 “국내 투자배급사들이 위험부담을 안고 중·저예산의 작품을 제작하기보다 이미 작품성과 흥행을 보장받은 외화를 극장에 걸어 수익을 내겠다는 것”이라 분석했다. 실제로 그동안 판권 대비 재개봉 관람 수익이 높았다. 따라서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거라는 전망이다.

양경미 평론가는 “과거에 봤던 재미있는 영화를 시설 좋은 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에 관객들 입장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정감 가는 아날로그 감성에 작품성까지 갖춘 좋은 영화는 언제 봐도 즐겁다”고 말했다. 양경미 평론가와 함께 4월 극장가에서 만날 수 있는 재개봉 영화들을 살펴봤다.

평생 잊지 못한 4일간의 사랑
(1995)

여자로서의 삶이 아닌 아내, 엄마로서의 삶을 살던 한 주부가 단 4일간 다른 남성과 가슴 떨리는 사랑을 나눈다. 잔잔한 일상 속에 찾아온 격렬한 감정의 파도, 선택의 기로에서 마지막 순간까지의 갈등, 먼 훗날에도 남아 있는 사랑의 잔상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1992년 발표된 원작 소설은 미국에서 37주간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켰고 2년 후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메릴 스트립의 호흡으로 완성된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감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4월 개봉.

▶CHECK 1   관람 포인트

“아무런 긴장감 없이 일상을 살던 펑퍼짐한 중년 여성. 그러나 그녀는 그를 만나면서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생기를 얻고 눈빛과 몸짓, 모든 것이 살아나지요. 하지만 달콤함 뒤에 느껴야 하는 지독한 고통, 현실로 인해 감정을 억제할 수밖에 없어 그 사랑은 잔인합니다. 인생의 갈림길에선 그녀, 비 오는 신호등 앞에 마주한 두 사람, 이 한 장면으로 그들의 겪는 모든 감정을 읽어낼 수 있어요. 결코 잊을 수 없는 명장면입니다.”

▶CHECK 2  
영화 속 명대사

“누군가와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기로 결정한 순간 사랑이 시작된다고 믿지만 사랑이 멈추는 때이기도 해요.”

―프란체스카(메릴 스트립 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하오. 한 번도 이런 말을 해본 적이 없소.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로버트(클린트 이스트우드 분)

시와 은유의 세계에 빠지고 싶다면
(1994)

사랑에 빠진 순수한 청년과 노년에 접어든 시인이 나누는 우정의 대화가 메타포가 되고 시의 한 구절이 된다. 이탈리아 어촌의 아름다운 풍광과 서정적인 대사, 시적인 여운으로 많은 관객들 사이에서 ‘인생영화’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칠레의 민중시인이자 1971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유명한 파블로 네루다 시인을 모티브로 한 원작소설 를 영화화했다.

젊은 우편배달부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사랑을 이루어나가는 과정, 시인과 우정을 쌓으며 은유의 세계에 눈을 뜨는 과정이 그려진다. 감독은 마이클 래드포드. 3월 23일 개봉.

▶CHECK 1
  
관람 포인트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를 최고의 이탈리아 영화로 꼽습니다. 로맨틱 시인 네루다가 자신의 작품에서 감미로운 사랑과 함께 현실의 부조리도 날카롭게 지적하는 면을 보여줬기 때문이지요. 시인이 지닌 감성과 이성이 마을 사람들을 변화시킵니다. 시가 어떻게 영화 속 인물들을 움직이게 하는지 찾아보는 것이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입니다.”

▶CHECK 2
  
영화 속 명대사

“전 사랑에 빠졌어요! 치료약은 없어요! 치료되고 싶지 않아요! 계속 아프고 싶어요.”

―마리오(마시모 트로이시 분)

"당신 미소는 나비처럼 날개를 펼치는군요." ―마리오(마시모 트로이시 분)

"시란 설명하면 진부해지고 말아." ―네루다(필립 느와레 분)

전설이 된 배우와 전설이 된 영화
(1993년)

중국 영화 최고의 걸작이라 꼽히는 작품. 중일전쟁 시대를 배경으로 경극학교에서 배우의 꿈을 키운 두지(장국영 분)와 시투(장풍의 분), 그리고 장풍의와 결혼하는 주샨(공리 분)을 둘러싸고 슬프고도 아름다운 사랑의 서사가 전개된다. 이 영화는 중화권 최초의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다.

14년 전 4월 1일 세상을 떠난 장국영의 기일에 맞춰 이라는 제목으로 재개봉을 확정했다. 1993년 개봉 당시 러닝타임 156분에서 171분으로 늘어난 확장판이다. 감독은 첸 카이거. 3월 30일 개봉.

▶CHECK 1   관람 포인트

“첸 카이거 감독은 문화혁명에 대한 자신의 씁쓸한 기억을 영화 속에 녹여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영화를 보기에 앞서 당시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고 본다면 영화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거예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단연 압권이라고 할 수 있는 장국영의 여장 연기입니다. 여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살 정도로 섬세하고 내밀한 연기가 그를 일약 스타로 만들었죠. 후에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밝혀져 더욱 화제가 됐습니다.”

▶CHECK 2   영화 속 명대사

“안 돼. 일생을 함께하기로 했잖아. 1분 1초라도 같이하지 않는다면 그건 일생이 아니야.”

―두지(장국영 분)

"한 번 웃으면 온 세상 봄이요, 한 번 훌쩍이면 만고에 수심이 가득하구나." ―원대인(갈우 분)

전 세계를 매료시킨 장국영의 또 다른 대표작
(1990)

가장 화려했던 시절 장국영의 모습을 엿보고 추억할 수 있는 영화다. 자유를 갈망하는 바람둥이 아비(장국영 분)는 매일 오후 3시 수리진(장만옥 분)을 찾아가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결국 수리진은 아비를 사랑하게 되지만 결혼을 원치 않는 아비 때문에 두 사람은 이별을 하고 그를 잊지 못한 수리진은 아비를 기다리는데….

1990년 개봉 당시 홍콩금상장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미술상을 수상하며 5관왕을 차지했다. 감독은 왕가위. 3월 30일 개봉.

▶CHECK 1
  
관람 포인트

“장국영이 연기한 아비라는 인물을 눈여겨보세요. 친모에게 버림받은 탓에 한 여자에게 정착하지 못한다는 영화 속 캐릭터가 장국영의 유년시절과 닮아 있습니다. 또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가 홍콩 반환을 앞둔 때였어요. 한 여자에게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는 아비의 불안감이 당시 홍콩 사람들의 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CHECK 2   영화 속 명대사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대. 평생에 꼭 한 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

―아비(장국영 분)

"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그가 1분을 가리키면서 영원히 날 기억할 거라고 했어요. 그 말에 마음이 끌렸어요. 이젠 내 스스로 시계를 보면서 1분 내로 잊겠어요." ―수리진(장만옥 분)

영원한 사랑을 꿈꾼다면
(2009)

시간 여행자라는 운명 때문에 혼자인 것이 익숙했던 헨리(에릭 바나 분)는 아침 햇살처럼 빛나는 클레어(레이첼 맥아담스 분)를 만나 그녀의 과거와 현재, 미래로 날아가 사랑을 키워나간다.

전 세계 33개국 언어로 번역돼 7백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을 뿐 아니라 7주간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한 동명의 소설 를 원작으로 했다. 감독은 로베르트 슈벤트케. 3월 23일 개봉.

▶CHECK 1   관람 포인트

“지고지순한 첫사랑을 간직하고 있는 클레어와 거부할 수 없는 운명 앞에서도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헨리. 그가 죽은 후에도 과거에서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믿고 같은 자리에 그의 옷을 준비해두는 장면은 클레어의 끝나지 않는 기다림과 평생토록 변치 않는 마음이 잘 드러난 대목입니다. 판타지와 SF가 가미된 작품으로 로맨스 영화의 달콤함을 만끽하기에 충분합니다.”

▶CHECK 2   영화 속 명대사

“나는 우리가 함께한 삶을 1초도 바꾸고 싶지 않아요.”

―클레어(레이첼 맥아담스 분)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진짜 이유는 날 외롭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야." ―헨리(에릭 바나 분)

"난 살면서 무언가 잃어버리고 견딜 수 없을 만한 것은 가지려 해본 적이 없어. 하지만 이번엔 너무 늦었어. 이제 혼자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 나와 결혼해주겠어?" ―헨리(에릭 바나 분)

엇갈리는 시간… 찰나의 불같은 사랑
(2008)

1918년, 여든 살 노인의 외모를 가진 사내아이가 태어난다. 해가 갈수록 젊어지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난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분)과 데이지(케이트 블란쳇 분)의 엇갈리는 시간, 서로의 나이가 비슷해진 찰나의 불같은 사랑을 그리고 있다.

2009년 당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총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으며 분장상, 미술상, 시각효과상을 수상하며 ‘비주얼 3관왕’에 올랐다. 감독은 데이빗 핀처. 4월 중순 개봉.

▶CHECK 1   관람 포인트

“노인의 모습으로 태어나 성장과정을 역행하며 아이의 모습으로 죽는 벤자민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생의 의미를 되찾아보게 하는 역설을 보여줍니다. 삶은 무수히 많은 상호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설명하는 장면은 기억에 남는 시퀀스지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아이의 얼굴부터 80세의 노인까지 무한대의 스펙트럼을 가진 브래드 피트의 얼굴입니다.”

▶CHECK 2   영화 속 명대사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데 있어 늦은 때는 없다.”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분)

"누군가는 강가에 앉아 있는 것을 위해 태어난다. 누군가는 번개에 맞고 누군가는 음악에 조예가 깊고 누군가는 예술가이고 누군가는 수영하고 누군가는 단추를 잘 알고 누군가는 셰익스피어를 알고 누군가는 어머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춤을 춘다." ―벤자민 버튼(브래드 피트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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