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7월,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는 횡령 사건을 수사하던 중 참고인 이모씨가 제출한 담보물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씨가 경기 수원시의 한 창고에 보관해온 담보물은 길이 7m, 높이 3m짜리 대형 공룡 화석 등 11점이었다. 화석 출처를 추적한 결과, 이 공룡은 3D 애니메이션 '점박이: 한반도의 공룡'으로 널리 알려진 타르보사우루스 바타르(Tarbosaurus Bataar)로 밝혀졌다. 타르보사우루스는 몸 크기가 10~12m에 이르는 공룡으로, 백악기(1억3500만년~6500만년 전) 후기에 주로 몽골 지역에 서식했다. 몽골 고비사막에 잠들어 있던 '점박이' 화석이 어떻게 수원까지 오게 된 것일까.
이 화석들은 2014년 5월 국내에 들어왔다. 화석을 밀반입해 비싼 값에 되팔려던 밀매업자 양모씨와 문모씨의 합작품이었다. 두 사람은 공룡 화석이 많기로 유명한 몽골에 가서 도굴꾼에게 "화석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빨과 갈비뼈 상태가 상(上)급인 타르보사우루스 화석 3점을 비롯해 모두 11점의 화석을 4억6700만원에 샀다. 타르보사우루스 화석은 2012년 미국 경매시장에서 100만달러(약 11억3000만원)에 팔렸다. 제값을 받을 수 있다면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상황이었다.
몽골은 모든 공룡 화석을 문화재로 관리하기 때문에 빼돌리기가 어려웠다. 몽골 사람들은 공룡 화석을 자신들의 '민족 혼(魂)'이라고 말할 정도로 신성하게 여긴다고 한다. 양씨와 문씨는 대형 금속 상자에 화석과 솜, 천을 채워넣어 육로(陸路)로 몽골·중국 국경을 넘은 뒤 배편으로 국내에 들여왔다. 세관에는 몽골 유목민 전통 천막인 '게르(Ger)'를 운반한다고 거짓말했다.
이들은 공룡 화석들을 경기 남양주시의 한 창고에 보관하고 모두 50억원에 팔아치우려 했다. 하지만 양씨가 문씨 몰래 화석 거래업자 이씨에게 화석을 담보로 넘기고 1억3300만원을 빌리면서 일이 틀어졌다. 문씨가 횡령 혐의로 양씨를 고소했고, 이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에 이씨가 화석을 넘기면서 존재가 드러난 것이다.
화석의 반출 경위를 알게 된 검찰은 급히 몽골 당국에 연락을 취하고 이씨에게서 화석을 압수했다. 이씨는 "돈을 빌려주고 정당하게 담보로 받은 것이니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도굴품인 것을 알면서도 받았으니 압수하는 게 맞는다"고 판결했다. 대검찰청 국제협력단은 이 화석들을 몽골에 반환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7일 대검 청사에서 에르덴닷 간밧 몽골 대검 차장과 반환식을 가졌다. 다만 화석 11점은 우리나라가 10년 이상 장기 임대하고, 복원 작업을 거쳐 이르면 올해 말 국립과천과학관에 전시해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