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의 로마서 강해
도올 김용옥 지음|통나무|512쪽|2만8000원

“도저히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고, 될 수도 없었던 박근혜를 악착같이 대통령으로 만들어버린 우리 역사 전체의 죄를 십자가에 걸고, 국민 모두가 새로 태어나야 한다”

박근혜게이트가 국민에게 알려진 초반부, 도올 김용옥은 이렇게 말했다. 이 말의 핵심은 바울의 사상에서 왔다. 저자 도올은 그 메시지의 원천적 의미를 더욱 명확히 정리하기 위해 바울의 로마서를 제대로 정독하고, 포괄적이고 명료한 해설을 했다. 이 책은 박근혜게이트로 집필이 착수됐고, 헌재에 의해 대통령 탄핵 확정될 때쯤 완성됐다.

이 책은 신약성서 중의 사도 바울의 편지인 ‘로마서’를 도올 김용옥 선생이 서양의 신학, 고고학 등 모든 연구 성과를 망라해, 치열하게 해설한 것이다. 그리고 바울이라는 세계사적인 인물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독실한 기독교 환경에서 태어나고 성장했지만 중국 고전학을 심도 있게 연구해온 도올이 감행한 이번 성서주석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저자는 앞서 ‘기독교 성서의 이해’, ‘요한복음 강해’, ‘도올의 도마복음 한글역주’, ‘큐복음서’ 등을 통해 자신의 신학관을 표명해 왔다. 이전의 책은 주로 역사적 예수에 집중되어 있었지만, 이 책은 바울을 말한다. 기독교 창시자로서의 바울이 아닌, 적나라한 한 인간 바울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크게 두 부분, 입오(入悟)와 강해(講解)로 나뉜다. 입오 부분은 바울이라는 인물이 탄생하는 배경을 총체적으로 기술한다. 강해는 ‘로마서’ 원문에 즉한 주석이다.

서문으로서 이 책의 절반을 차지하는 입오는 구약시대부터 초기 기독교가 뿌리내리는 시기까지의 모든 서양 문명사를 조합한다. 바울이라는 인간을 조명하기 위해 바울과 대비되는 역사적 예수의 실체를 언급하고, 과연 예수는 유대인인가의 의문을 풀다가, 유대의 역사로 접어들고, 유대역사의 원점으로 본 바빌론유수를 세밀하게 탐색한다.

바빌론유수를 통해 유대인들의 역사를 새롭게 구성한 구약의 성립사를 논하고, 그 과정에서 고레스로부터 시작된 페르시아 문명을 검토한다. 그리고 페르시아 문명을 패퇴시키고 새롭게 등장한 그리스 문명의 패권시대를 설파한다. 이어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전통과 사유구조가 어떻게 바울의 몸속에서 융합이 되고 재창조되는지를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