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7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단암빌딩에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예방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7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만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중도 연대론과 관련, "기가 막힌 얘기"라며 "보수 정당끼리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의 개인사무실로 예방온 홍 후보에게 "좌파 내지 진보 세력과 같이한 분을 상대로, '좌파 색깔이 약하다'는 이유로 연대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건 정말 수긍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에 몸담은 안 후보를 위시한 연대론이나 '보수의 전략적 선택'에 반대한 것이다.

그는 "보수 쪽에서 어느 쪽과 연대해야 살아남는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기가 막힌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면서 "마치 로또 하듯이, 제비 뽑듯이 연대하는 것은 이해타산과 계산에 빠져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이어 "보수끼리 치열하고 진지한 토론의 과정이 바로 보수가 살 길"이라며 "서로의 공통 인식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보수 정당 사이의 연대나 후보 단일화 문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도 "국민의당은 결국 호남 민주당의 2중대인데, 연대는 정체성이 달라서 할 수가 없다"고 했다. 또 "안철수 후보를 조종하는 박지원 대표는 뒤에서 모든 걸 조정하고 밖으로는 안 나오는, 무서운 분"이라고도 했다.

이날 이 전 총재는 "보수가 힘들어지고 망가진 게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 한 사람 탓 아니냐"며 "(2012년 대선 당시)문재인과 양자 대결에서 그쪽으로 정권을 줄 수 없어 박 전 대통령을 당연히 내 후임(보수의 맹주)으로 생각하고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열심히 했는데, 굉장히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이 전 총재와 만남 후 기자들과 만나 "총재는 가능하면 (한국당과 바른정당이)합치는 게 좋지 않느냐 해서 제가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날 발표된 갤럽 대선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TK 지역 지지율이 유승민 후보에게 역전된 데 대해 "안 믿는다"고 했다.

이 전 총재는 자신과 가까웠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유 후보는 홍 후보의 자격을 문제삼아 단일화에 반대하고 있다. 홍 후보가 이날 이 전 총재를 찾은 것은 재합당이나 후보 단일화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