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공병부대 지휘관이 전방 지역 지뢰 제거 작전에 투입할 장병 부모들에게 사전 동의서를 받은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됐다. 군 간부들은 "명백히 해당 지휘관의 잘못"이라면서도 "자식 군대 보낸 부모들 간섭이 얼마나 심했으면 저 지경까지 갔겠느냐"고 혀를 찼다. 군 입대한 자식을 과잉 보호하는 일부 '군(軍)부모' 극성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위험한 작전에 앞서 병사 부모에게 동의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 2월 모 공병부대는 경기 포천의 한 훈련장에서 불발탄 제거 작전을 실시하기 앞서 병사 부모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설득했다. 당시 임무에 나선 A대위는 국방일보에 "처음에는 걱정 어린 목소리였지만 부대와 군을, 그리고 자랑스러운 아들을 믿는다며 동의해 주신 부모님, 그리고 부모님을 설득하는 늠름한 우리 중대원들 모두 감사하고 자랑스러웠다"고 기고했다. 육군의 한 간부는 "최근 병사들의 자살과 총기사건·사고가 늘면서 자식을 군대 보낸 부모들을 안심시키는 게 우선 과제 중 하나가 됐다"고 말했다.
2014년 부대 가혹 행위로 인해 '윤 일병 구타·사망 사건'과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군의 병영 관리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했다. 군은 이후 민·관·군으로 구성된 병영문화혁신위원회를 만들고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때 '부모와 부대가 소통할 수 있는 통로 마련'이라는 취지로 2015년 초부터 의무적으로 중소대급 부대별로 네이버 밴드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단톡방) 등 온라인에 소통 채널을 만들고 간부들이 부모와 대화하도록 했다. 당시 혁신위에 참석했던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부모들 민원으로 초급 장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줄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다른 위원들이 강력하게 주장해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곧이어 각 생활관에도 수신용 전화기가 도입됐다. 2016년 4월 기준으로 군에는 총 1만518개의 네이버 밴드나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이 개설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신용 전화기는 4만5623대(2016년 1월 기준)가 보급됐다.
이같이 창구가 증가한 것에 대해 부모들은 만족하고 있다. 2015년 육군 조사에서 부모 97.3%가 '온라인 소통이 부대―부모 간 소통에 도움 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군 간부들의 생각은 달랐다. 2016년 5월 국방부 조사에서 군 간부 20%는 '업무에 지장이 있다'고 답했다. '부모의 무리한 요구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간부는 9%였고, '퇴근 후 개인 시간을 침해받는다'는 경우도 22%로 나타났다. 전라도 모 육군부대 중대장으로 복무 중인 김모(32) 대위는 "한 병사의 어머니는 일주일에 3, 4번씩 전화해서 '우리 아들 잘 부탁한다' '우리 아들 특별한 일 없었냐'고 묻는다"며 "한 번에 길게는 30분씩 통화를 하는데 끊을 수도 없고 난감하다"고 했다. 강원도 모 육군부대 소속 박모(28) 대위는 "'우리 아이는 호흡기가 약해 환절기 감기에 조심해야 한다' 등 시시콜콜한 메시지까지 받을 때는 내가 초등학교 교사인지 중대장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했다. 군 당국은 부모가 부대 위치나 훈련 일정, 군 장비 등을 노출해 보안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식 군대 보낸 부모들 중 과다한 소통 활동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경우도 있다. 주부 김모씨의 큰아들은 작년 말 전역했다. 김씨는 "훈련소 카페에서 아들 훈련 사진과 훈련 내용, 매일 세 끼 식단을 확인했고 아들과 대화했다"면서 "군대가 획기적으로 변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국방유치원'에 보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육군 관계자는 "아들이 입대하면 훈련소 앞에 집을 얻어 살면서 행군을 따라다니는 부모는 이제 흔히 볼 수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제 와서 네이버 밴드나 카카오톡 방을 없앨 수도 없으며, 또 병사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순기능도 있다"며 "부모가 알아서 자제해 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주부 유모씨는 "군대가 병사들을 잘 관리하면 이런 관심이 왜 필요하겠느냐"면서 "병영 내 폭행이나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