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영화 소비자들의 전반적인 성 인지 감수성이 높아짐에 따라 대중영화들에 대한 페미니즘적 수용이 활발해졌다는 분석이 있다. 올해 초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2016)'의 여성혐오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페미니즘이 영화계의 지배적인 담론으로 자리 잡으면서 과거 흥행했던 '남성 중심적' 영화들에 대한 재해석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2017년에 개봉했다면 여성혐오 논란이 불거졌을 만한 영화 6편을 선정해봤다.
1. 화이트칙스(2004)
국내에서도 많은 이들이 코미디 영화의 전설로 꼽는 화이트칙스.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킬링타임용 영화의 대표주자지만, 미국 FBI의 흑인 콤비 요원이 사건 해결을 위해 '멍청한' 금발의 백인 여성으로 변장한다는 설정은 지금 보면 아찔할 정도로 인종차별·여성혐오적이다. 심지어 '화이트 칙스(White Chicks)'란 제목을 직역하면 '하얀 영계'다.
2. 미녀는 괴로워(2006)
외모지상주의와 한탕주의가 극에 달했던 서기 2006년의 대한민국에선 로맨틱코미디 영화 '미녀는 괴로워'가 빅히트를 기록했었다. '얼굴 없는 가수' 강한나가 전신 성형수술을 받고 169cm 48kg의 S라인 미녀 제니로 거듭나 성공한다는 스토리는 당시엔 감동적으로 느껴졌을지 몰라도, 지금의 관점에선 놀라울 정도로 세속적이고 여성차별적이다. 강한나로 대변되는 수많은 '빅사이즈' 여성을 모욕했을 뿐 아니라, 169cm 48kg란 '바비 인형' 체형을 미인의 표준 마냥 제시했으니 말이다.
3. 연애의 목적(2005)
'비누 냄새 나는 변태' 박해일의 변태 같은 면모가 빛을 발했던 로맨틱 코미디물로, "젖었어요?" "5초만!" 등 수많은 명대사(?)를 낳은 영화다. 하지만 2017년에 고등학교 남교사가 교생 실습 나온 여대생을 수없이 성희롱하고 강간했다간, '위계에 의한 성폭력'으로 구속될 뿐만 아니라 SNS에 신상이 탈탈 털려 매장당하기 십상이다.
4. 퀸카로 살아남는 법(2004)
미국 하이틴코미디 영화의 전범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미모의 전학생과 전교 외모일짱이 교내 여왕벌 자리를 두고 혈투를 벌인다는 유치뽕짝한 '여적여(여성의 적은 여성)' 스토리를 담고 있다. 10대 소녀들의 외모 대결이란 소재만으로도 불쾌한데, 등장인물조차 백인 일색이다. 참으로 백인 남성 중심적인 영화가 아닐 수 없다.
5. 색즉시공(2002)
본격 낙태 금지 캠페인 영화로, 남대생들은 하나같이 '원나잇'에 혈안된 호색한, 여대생들은 연애와 신분상승에만 관심 있는 속물처럼 그려진다.
6. 나쁜 남자(2001)
김기덕 감독의 대표작 ‘나쁜 남자’는 평범한 여대생이 사창가 깡패 두목에게 납치돼 창녀촌에 끌려가 성매매를 강요받고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여성의 사소한 허영이 구원받을 수 없는 죄로 이어졌다는 여성혐오적 설정부터, 여대생에 대한 깡패의 사랑을 아름답게 그리는 가해자 미화까지. 당시에도 여성단체들의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2017년에 개봉되었다면 사과문 100장은 썼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