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은 빈번한 반면 해마다 이맘때면 하늘을 누렇게 뒤덮던 황사(黃砂)는 사라지다시피 했다. 둘 다 중국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건너오는 경우가 많은데, 발생 빈도는 정반대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럴까?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서울의 하루 평균 초미세 먼지(PM2.5) 농도가 '나쁨'(1㎥당 50㎍ 이상)' 이상을 기록한 날은 총 17일로 PM 2.5 농도를 측정한 지난 2014년 이후 가장 많았다〈그래픽〉. 반면 같은 기간 황사 관측 일수는 단 하루(1월 27일)에 그쳤다. 특히 3월은 중국 북부 지방과 네이멍구 지방의 동토(凍土)가 녹기 시작해 황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달이다. 지난 2001년 3월엔 11번, 2015년 3월엔 8번이나 황사가 우리나라를 공습했다. 그런데 지난달엔 황사가 한 번도 없었다.

['지구 온난화' 식목시기 혼란… "봄 빨리 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에도 중국 북부와 네이멍구의 사막지대 등 황사 발원 지역에서는 2~3일에 한 번꼴로 황사가 관측된다"면서 "다만 그 황사가 국내로 유입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황사가 뜸해진 것은 동북아시아 북서 계절풍이 약화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의 해빙(海氷)이 감소해 겨울과 봄철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차고 건조한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화하면서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3월 서울의 풍속은 1초당 1.6~1.8m 수준으로 평년의 2.4m보다 약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황사는 입자가 크고 무거워 북쪽에서 남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 때 등에 우리나라로 유입된다"면서 "올해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약화로 풍속이 약해지고 황사 발원 지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풍향도 예년보다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약화된 바람은 고농도 미세 먼지 현상을 불러왔다.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관계자는 "황사보다는 입자 굵기가 훨씬 작은 초미세 먼지 농도가 최근 높아진 것은 바람이 약해져 대기 흐름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면서 "황사 감소의 원인이었던 북서풍 약화가 역설적으로 잦은 고농도 초미세 먼지를 부른 셈"이라고 말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다음 달까지 비슷한 패턴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케이웨더 반기성 통합예보센터장은 "남북으로 부는 바람이 약한 올해 봄철 기상 특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남은 4월과 다음 달에 황사가 우리나라를 통과해 지나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기상 전망상 4월 내내 한반도 근처에는 대기 정체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며 "이로 인한 초미세 먼지 고농도 현상이 자주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