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 소재, 대체 소재 의류보다 30~40% 비싸
고어텍스 측 "오래 입으니 가성비 높아" VS 국내 기업 "너도나도 고어텍스, 경쟁력 떨어져"
블랙야크 '야크 테크', 밀레 '엣지 테크' 등 자체 소재 개발로 독립 선언
방풍, 방수 강화...100g 대 초경량 점퍼도 등장
“이거 고어텍스 맞나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웃도어 매장에 가면 무조건 고어텍스를 찾는 이들이 있었다. 미국 고어(Gore) 사(社)가 개발한 고어텍스는 비와 바람을 막고(방수, 방풍), 땀을 잘 배출시키는(투습) 기능을 갖춘 기능성 원단이다. 아웃도어 의류나 신발에 사용되는 소재 브랜드지만, 국내에서는 '등산복=고어텍스'로 통할 만큼 인지도가 높다.
그러나 최근 5년 사이 이런 분위기는 주춤해졌다.
고어텍스 일색이었던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환기를 맞았다. 고어텍스의 가격이 높고 사용이 까다롭다는 점 등을 이유로 아웃도어 의류 업체들이 자체 소재 개발에 앞다퉈 뛰어든 것이다.
◆ 고어텍스 비싸고 사용 까다로워… 자체 개발 소재로 가격경쟁력 높여
특히 높은 로열티와 까다로운 사용 기준이 반감을 샀다. 발주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고어텍스는 비슷한 기능을 내세운 대체 소재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높다. 이렇다 보니 소비자가격도 고어텍스 사용 여부에 따라 30~40% 정도 차이가 난다.
익명을 요구한 A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고어텍스 소재의 우수성은 인정하지만, 가격이 높고 본사의 사용 기준이 까다롭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고 말했다. 상품 획일화와 트렌드의 변화도 탈(脫) 고어텍스 현상을 부추겼다. 아웃도어 업체가 우후죽순 쏟아지고, 여러 업체가 한꺼번에 고어텍스를 사용하면서 업체 간 상품 획일화 현상이 강해진 것이다.
박연상 영원아웃도어 홍보팀 과장은 “예전에는 ‘아웃도어=등산’이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고어텍스와 같은 고기능성 소재가 인기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아웃도어가 라이프스타일과 애슬레저 등으로 확대되면서 기능성만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활동에 맞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고어텍스 대체 소재 찾아라... 블랙야크, 스마트폰으로 온도습도 조절, 심박수 체크까지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웃도어 업체들이 고어텍스에 대항할 자체 소재 개발에 착수한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한 아웃도어 업체 관계자는 “10년 넘게 자체 소재 개발에 집중한 결과 기술력이 상당히 향상됐다”고 말했다. 고어텍스 등 수입 소재의 의존도를 낮추자 고질적으로 지적돼 온 가격 문제도 일부 해결됐다.
국내 기업 중 고어텍스에 가장 먼저 대항의 물꼬를 튼 기업은 블랙야크다. 2005년부터 자체 원단 개발에 착수한 블랙야크는 2012년부터 '야크 테크'(방수 강화), '야크 쉴드'(방풍 강화), '야크 히팅'(보온 강화) 등을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온도 습도를 조절하는 야크온H, 심박수를 측정하는 야크온P 등 스마트웨어도 개발했다.
남윤주 블략아크 마케팅 팀장은 “우리가 자체 소재 개발에 주력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다양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아웃도어를 입는 사람들이 원하는 다양한 가치에 대응하기 위해 IT, 친환경 기술, 다양한 기능성 소재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컬럼비아는 2011년부터 고어텍스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자체 개발한 ‘옴니(Omni)’ 원단을 사용하고 있다. 방수, 투습, 통기성을 갖춘 옴니 드라이, 신체의 열을 몸쪽으로 반사해 보온성을 주는 '옴니히트 리플렉티브'가 대표적이다. 거트 보일 회장이 직접 등장한 TV 광고를 제작할 만큼 소재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번 시즌에는 방투습 멤브레인을 옷감에 직접 적용한 ‘아웃드라이 익스트림’ 재킷을 선보였다. 기존의 방투습 원단이 겉감과 안감 사이에 방투습 역할을 하는 멤브레인을 넣는 구조라면, 아웃드라이 익스트림은 방투습 역할을 하는 멤브레인을 직접 겉감에 적용했다. 양면 착용이 가능해 실용적이다.
밀레는 자체 개발 소재인 '엣지 테크'를 2013년부터 선보이고 있다. 고어텍스 대체재인 ‘드라이 엣지’와 윈드스타퍼 대체재 ‘윈드 엣지’가 대표적이다. 현재 자체개발 소재를 적용한 제품은 80%까지 확대됐다.
코오롱스포츠는 2013년부터 '아토텍(AttoTek)’을 출시했다. 아토텍은 초정밀 미세단위인 '백 경분의 1'을 의미하는 'atto'와 기술력을 의미하는 'Technology'의 합성어로 방수, 투습 기능이 뛰어나 고어텍스의 대체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 최근 아웃도어 시장 불황으로 연구 개발 투자 위축도... 고어텍스는 영구 발수 기능 제품 내놔
그러나 여전히 아웃도어 업계에서 고어텍스가 차지하는 위상은 여전히 높다. 고어텍스는 최근 영구적인 발수 기능을 내세운 고어텍스® 쉐이크드라이 기술(GORE-TEX® SHAKEDRY™ Product Technology)을 선보였다. 기존의 고어텍스가 겉감과 안감 사이에 발수 기능을 지닌 멤브레인 필름을 넣는 샌드위치 구조라면, 쉐이크드라이는 겉감을 없애 발수 기능을 강화했다.
발수 필름이 겉감 역할을 하기 때문에 비를 맞아도 옷이 젖지 않고, 가볍게 표면을 털어주기만 해도 물기가 제거된다. 겉감이 없어지면서 무게도 크게 줄어 재킷의 경우 100g대의 초경량을 자랑한다. 국내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블랙야크가 이 원단을 사용해 ‘E섀도GTX자켓’을 출시했다.
이수연 고어코리아 글로벌 홍보 차장은 “고어사는 작년에 첨단 섬유 연구소를 개설하고 기능성 소재에 대한 연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고어텍스에 대한 여러 평가가 있지만, 이는 모두 품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비슷한 성능을 내세우는 다른 소재에 비해 2배 이상 오래 착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가성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기능성 소재 개발은 꾸준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이 요구되는 작업인데, 최근 아웃도어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일부 업체들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소재 개발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난 2011년 야심 차게 자체 개발 소재를 내놓은 B 아웃도어 의류 업체의 경우 최근 소재 개발을 중단하고 다시 고어텍스의 사용을 늘린 것으로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