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의 19대 대선 후보로 확정된 홍준표(63) 경남도지사는 자신의 삶 자체가 '비주류의 삶'이라고 한다. 그는 자서전 '변방'에서 "유년과 청년 시절, 검사와 정치인 시절을 모두 변방에서 보내다가 드디어 나는 중심부로 들어왔다"고 했다. 이번에 원내 99석을 가진 보수진영 최대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됐지만 앞길이 험난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과 구속이란 초유의 사태를 빗대, 그 스스로 후보 자리를 '초상집 상주'라고 표현할 정도다.
홍 후보는 1954년 경남 창녕에서 출생했으나 가난한 형편 때문에 어린 시절 대구와 경남을 수차례 옮겨다니며 살았다. 육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농협조합장 부정 사건에서 누명을 쓴 아버지를 보고 검사가 돼야겠다”고 결심, 고려대 법대에 진학했다.
그는 1982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청주·울산·서울지검 등에서 13년간 검사 생활을 했다. 조폭이나 권력 실세 수사로 이름을 날렸다.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 전기환을, 1993년엔 슬롯머신 업계 비리에 연루된 노태우 정부 실세 박철언을 구속했다. 홍 후보는 당시 외압에 반발했다가 검찰 내에서 '왕따'가 돼 한직을 전전했다고 한다.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탤런트 박상원이 맡았던 검사의 실제 모델이 ‘홍준표 검사’였다는 게 정설처럼 돼 있다.
홍 후보는 검찰을 나와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정치에 입문, 15대 총선에서 신한국당 소속으로 서울 송파갑에서 첫 당선 됐다. 그러나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형을 받아 의원직을 잃었다. 그는 이후 16~18대 총선에선 지역구를 서울 동대문을로 옮겨 연속 당선됐다.
홍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 도전장을 냈다가 평소 고려대 선후배 사이로 '형님·동생'할 정도로 친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을 도우기로 하고 뜻을 접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자 홍 후보도 처음으로 '당 주류'로 진입했다. 홍 후보는 2008년 여당 원내대표, 2011년 당 대표까지 지냈지만 "친이계는 동지가 아니라 동업자일 뿐"이라며 계파 수장 역할과는 거리를 뒀다.
홍 후보는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고향인 경남으로 내려가 2012년 12월 지사 보궐선거에서 당선됐고, 2014년 재선됐다. 그는 지사 재임 중 만년 하위권이던 경남도청의 청렴도를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 1위로 만들었고, 1조원대 채무를 3년반만에 갚기도 했다. 선별적 복지와 공공부문 축소 등 '우파 포퓰리즘'을 표방한 홍 지사는 공기업인 진주의료원을 강제 폐업하거나 경남도내 무상급식 지원 중단을 밀어붙여 좌파 시민단체를 비롯한 일부 도민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홍 후보는 2015년 터진 ‘성완종 게이트’ 사건으로 정치 인생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그는 성씨로부터 1억원의 불법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016년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올해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아 극적으로 회생했다. 이를 계기로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뛰어들어 후보직을 따냈다.
아직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 있는 성완종 사건 수사에 대해 홍 지사는 "박근혜 정부에서 고초를 겪은 게 이가 갈릴 정도"라고 표현하면서도, "박근혜 시대는 이제 다 끝났고 대동단결 해야 한다" "선거에선 지게 작대기도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앞으로 비박계는 물론 친박계를 끌어모아 '보수 대연합'을 이끌어낼 협상력과 포용력을 보일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