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대구에 사는 주부 이모씨는 신용카드 결제일을 하루 앞두고 20여만원이 부족했다. 돈 마련이 마땅치 않았던 이씨는 인터넷 대출 관련 사이트를 찾았다. 정식 등록된 대부업체라는 G사에 전화를 걸었더니 상담 직원은 주민등록등본 한 통만 있으면 바로 대출이 가능하다면서 영업 직원을 원하는 장소에 보내준다고 했다. 이씨는 두 시간 만에 집 근처로 찾아온 영업 직원과 계약서를 썼다. 30만원 빌리고 일주일 뒤에 원금 30만원과 이자 20만원을 갚는 조건이었다. 이자가 터무니없이 비쌌지만 충분히 갚을 수 있는 소액인 데다 당장 신용 불량을 막아야 했던 이씨에겐 다른 선택이 없었다. 그러나 남편 월급이 제날짜에 나오지 않으면서 이씨는 변제를 약속했던 일주일을 넘기게 됐다. "부모님에게 알리겠다" 등 영업 직원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받은 이씨는 사흘 뒤 돈을 갚았다. 연체 이자는 하루 5만원씩 15만원이었다. 열흘간 30만원 쓰고 이자 20만원과 연체이자 15만원 등 모두 65만원을 갚는 연리(年利) 6000%가 넘는 고리대금이었던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상대로 연 3000~6000% 이자를 뜯어낸 대부업체 일당이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G업체 대표 전모(32)씨를 구속하고 전씨의 아내와 조직원 4명을 대부업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전씨 일당은 단기 소액 대출 방식으로 자금 회전율을 높여 1년여 만에 10억원가량의 불법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에서 분실 휴대전화 매매를 하던 전씨는 작년 1월 아내와 함께 경북 경산에 대부업체 사무실을 차렸다. 자신은 대표, 아내는 상담과 광고·회계 업무를 맡았고, 분실 전화기 매매를 하다 알게 된 이모(27)씨를 영업 직원으로 뒀다. 사업 밑천은 2000만원이었다. 전씨는 처음에 100만~200만원을 보름에서 한 달간 빌려주는 방식으로 영업했더니, 자금 회전이 느리고 손님들이 연락 두절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는 영업 방식을 바꿨다. 무조건 30만원씩 일주일만 빌려주고 이자는 20만원을 받으며, 연체료는 하루당 5만원씩 받는 것이었다. 기본 이자가 연리 3400%에 해당하는 불법 대부업이었다. 현행법상 법정 최고 이자율은 연 25%이고 정식 등록한 대부업체의 허용 이자도 연 27.9%이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적인 이자율이었지만 G업체의 인터넷 광고를 보고 대출 문의를 하는 서민들이 많았다"면서 "회사원·주부·대학생 등 1500명가량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전씨는 특히 빚 독촉을 위해 계약서 작성 당시 피해자들의 주민등록등본과 함께 가족이나 친척·친구 등 1인당 평균 10명 내외의 주변인 이름과 직업, 연락처 등을 요구했다. 주변인 신원 정보는 돈을 갚지 않으면 곧바로 이들에게 연락하겠다는 일종의 담보물이었다. 여기에 대출 금액이 소액인 30만원으로 제한되다 보니 전씨의 돈을 떼어먹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약속된 날에 돈을 갚지 않으면 그날 밤 12시부터 주변 사람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협박했다"고 했다. 전씨는 수사 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자를 덜 받는 조건으로 피해자로부터 통장을 넘겨받는 이른바 '대포 통장'을 사용했고, 영업 직원들 역시 대포 폰과 대포 차량을 이용했다.

이런 방식으로 전씨 일당은 수개월 만에 엄청난 수입을 올렸다. 보증금 2000만원짜리 임대주택에 살던 전씨 부부는 2억4000만원짜리 30평대 전세 아파트를 구입했고, 6억원짜리 신축 상가도 계약했다. 또 직원 이씨의 친구 3명을 영업 직원으로 추가 채용했다. 직원들은 수습 3개월 기간 월급 120만원을 받았고, 수습 기간을 마치면 기본급 150만원에 대출 1건당 수당 4만원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1인당 평균 월급이 500만원 안팎이었다고 한다. 전씨는 돈을 제때 받아오지 못하는 직원을 상대로 마구 폭력을 행사하며 채권 추심을 독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전씨 일당의 '황금알을 낳는 사업'은 15개월 만에 덜미가 잡혔다. 불법 대부업자가 대포 차량도 유포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수사팀은 대포 차량을 사겠다고 접근한 뒤 거래를 위해 경북 청도역에 나온 영업 직원을 검거했고, 그의 차와 집에서 고리대금 장부 일부를 확보했다. 전씨는 수습 기간 도중 부하 직원들에게 경찰에 붙잡히면 '목욕 가기로 했는데 같이 못 갈 것 같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혼자 대부업을 했다고 진술하라고 교육시켰다고 한다. 부하 직원이 연락 두절되자 전씨 부부는 곧바로 잠적했으나 사흘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