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혔던 시(詩)가 다시 펼쳐진다. 4월 7일부터 5월 31일까지 서울 영인문학관에서 개최되는 '움직이는 벽에 쓴 시―문인병풍전'. 김동리·박두진·조병화 등 작고한 소설가·시인뿐 아니라 김화영·이근배·정진규 등 원로 문인들이 쓴 붓글씨가 병풍 위에서 생동한다.
김동리는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 박두진은 이백의 '와음(臥吟)'을 글씨로 옮겼고, 서예가 진학종은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을 특유의 초서로 풀어내 획이 꿈틀거리는 듯한 착시를 안긴다. 글씨뿐 아니라 윤후명·이제하 시인은 자신의 글에 채색 그림을 더해 현대적 이미지를 고조하고, 조병화 시인은 붓질의 농담으로 산과 해와 삼라만상을 표현해낸다. 두 폭, 네 폭, 여덟 폭 등 크기도 다양하고 붓글씨뿐 아니라 매직펜으로 쓴 글씨까지 있다. 이 밖에도 작자 미상의 백납병풍 등 25점이 전시된다.
강인숙 관장은 "병풍은 한국인의 삶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 잡은 친숙하면서도 아름다운 예술"이라며 "병풍 문화의 어제와 오늘을 한자리에 놓고 감상할 기회"라고 했다. 토요일엔 강은교·문정희 시인과 구효서·유현종·하성란 소설가의 문학 강연이 준비돼 있다. (02)379-31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