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외교부 공무원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고, 동시에 외교부 ‘군기잡기’도 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 전 수석은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자신에 대해 감찰에 나서자 “좌시하지 않겠다”고 겁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만간 우 전 수석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예정이다.
29일 세계일보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우 전 수석 구속영장 청구서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다.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16일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중국관광객 단체비자 수수료 면제기간 1년 연장을 확정했다.
이에 오진희 외교부 영사서비스과장은 “비자 발급 수수료를 면제하면 예산 확보가 어려워진다”며 예산 확보 등 조치를 검토해 통보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법무부로 보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이를 항명이라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표출하기 위해 외교부 관계자들을 인사조치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는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특별감찰반을 통해 이뤄졌다”고 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지난해 1월26일 오 과장을 비롯해 이명렬 재외동포영사국장, 정진규 재외동포영사국 심의관 등을 사무실로 불러 “외교부가 예산 문제 해결을 청와대에 요구한 것은 공직기강 문란”이라며 강도 높게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특감반 김모 반장은 같은 해 2월12일 임웅순 외교부 인사기획관에게 전화해 “이 국장 등에 대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서면이 장관에게 갈 테니 적절히 조치하라”고 요구했다.
윤 장관은 나흘 뒤 관련자 좌천 내용을 담은 경고장을 작성했고, 이는 임 기획관을 통해 우 전 수석에게도 전달됐다. 특검팀은 “윤 장관이 정권 실세로서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우 전 수석을 두려워해 이러한 요구에 응했다”고 봤다.
실제로 재외공관장 보임이 예상됐던 이 국장은 국립외교원 경력교수로, 오 과장은 통일준비위원회로 좌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오 과장은 2월5일 자 인사발령에 따라 유럽국 중유럽과장으로 전보된 지 10일 만에 다시 자리를 옮겼다.
또 특검팀은 우 전 수석이 지난해 7월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 및 배임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게 “감찰권 남용은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감찰을 중단하지 않으면 형사처벌 받게 하는 등 좌시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고 영장에 적었다.
이외에도 우 전 수석은 문화체육관광부,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를 지시했으며, 스포츠4대악 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단 요직에 자기 측근을 앉히려고 압력을 가하는 등 여러 건의 직권남용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2014년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해경을 압수수색하려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단서도 잡았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조만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