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앨러모스 연구소

미사일 방어 체계를 뚫는 극초음속 비행체, 미 연안을 들키지 않고 정찰할 수 있는 스텔스 잠수함 등 중국이 개발 중인 첨단 전략무기들이 원자탄 프로젝트의 산실인 로스앨러모스(Los Alamos) 연구소 등 미국의 핵심 국책연구소 출신 중국인 귀환 과학자 군단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9일 보도했다. SCMP는 이들의 활약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미국이 중국의 첨단 무기 발전에 숨은 공헌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군사 굴기를 이끌고 있는 귀환 과학자 중 상당수는 미 뉴멕시코주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캘리포니아주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오하이오주 라이트패터슨 공군연구소 등 미국의 국방 관련 연구소 출신들이다. 로스앨러모스 출신들은 중국 내 각 대학과 연구소에 자리 잡으면서 ‘로스앨러스모스 클럽’이라고 불릴 정도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사막지대에 위치한 로스앨러모스 연구소는 오펜하이머 박사가 이끄는 원자폭탄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산실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도 민군 모두가 활용할 수 있는 수퍼컴퓨터와 입자가속기 등 국가 주도의 과학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1만명에 이르는 연구원 중 약 4%(400명)가 중국 등지에서 온 아시아계 과학자로 알려져 있다.

중국 로스앨러모스 클럽의 좌장은 극초음속비행체(hypersonic glide vehicle) 개발을 주도해온 첸스이(千十一) 남방과기대 총장이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음속의 약 10배인 시속 1만1000㎞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는 극초음속비행체를 시험했다. 이 정도 속도면 중국이 보유한 핵탄두를 지구 상 어디든 1시간 이내에 투하할 수 있다.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 체계로는 대응할 수도 없다. 첸 교수는 1990년대 로스앨러모스 비선형연구센터 부소장을 지내는 등 연구소 고위직에 올랐지만 1999년 퇴직한 뒤 2001년 귀국했다. 가장 복잡한 자연현상 중 하나로 꼽히는 난기류 전문가인 그는 2010년 극초음속비행체 시험용 대형 풍동(風洞)을 건설했다. 전 세계 3번째이자, 미국이 아닌 곳에 지어진 유일한 시설이라고 SCMP는 전했다.

첸 교수는 또 선전(深圳)의 신생 대학인 남방과기대 총장을 맡아 이곳을 ‘중국의 스탠퍼드’로 만드는 일에도 헌신해왔다. 이를 위해 그는 베이징대, 칭화대, 중국과학원, 하얼빈 공대 등에 흩어져 있던 로스앨러모스 출신들을 이 대학으로 불러 모았다. 로스앨러모스에서 18년 넘게 에너지 저장 장치와 바이오센서 등을 연구해온 왕샹린 박사도 지난해 9월 이 대학 화학부 석좌교수로 합류했다. 기계항공공학부를 이끌고 있는 산샤오원 교수도 로스앨러모스 클럽 멤버다. 그는 중국이 독자 개발한 첫 국산여객기인 C919 개발에 참여했다. 남방과기대의 경우 전체 교수의 95%가 해외 귀환 과학자라고 한다.

남방과기대 외에도 로스앨러모스 출신들은 중국 각 분야에서 군사 및 민간 분야 연구에서 활약하고 있다. 중국의 스텔스 잠수함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허궈웨이 중국과학원 교수도 로스앨러모스 출신의 난기류 전문가다. 잠수함이 기동할 때 생기는 난기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상대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잠수함 개발과 적 잠수함 조기 탐지에 필수적인 기술이다.

중국 푸젠성의 명문 샤먼대 에너지공학부 리닝 학장은 안전하고 오염 우려가 없는 차세대 원전을 개발 중이다. 그 역시 로스앨러모스 출신이다.

SCMP는 1999년 당시 로스앨러스모 연구소의 대만계 미국인 핵물리학자였던 리원허(李文和)씨가 첨단 핵탄두 설계를 중국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가 2006년 증거 불충분으로 처벌을 면한 뒤 중국계 연구자들의 귀국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급속한 경제 성장 덕분에 해외 과학자들에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금전 혜택 등 좋은 연구 조건을 제시하고 그들의 애국심에도 호소하면서 과학자 유치가 성과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