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한 민박집에서 불이 나 한 명이 숨졌으나 해군 장병들이 다른 투숙객들의 대피를 도와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28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27일 오후 11시 28분쯤 서귀포시 강정동의 한 민박집 3층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UDT(해군특수전전단) 대원인 신상룡(25), 이정수(27), 임도혁(22) 하사가 119에 신고했다. 지난 14일부터 제주 해군기지에서 훈련 중인 이들은 부대 밖 독신자 숙소 근처의 편의점으로 생필품을 사러 가던 길이었다. 이 하사는 1층에 편의점을 끼고 있는 민박 건물의 3층 창문 밖으로 불길과 연기가 솟구치는 모습을 발견하자 편의점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신 하사와 임 하사도 건물 계단에 있던 소화기를 들고 3층으로 올라갔다.

27일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의 민박 건물 화재 현장에서 투숙객들을 대피시켜 인명 피해를 줄인 해군 UDT 대원 이정수(왼쪽부터), 임도혁, 신상룡 하사.

하지만 불길이 거세고 연기가 심하게 나서 소화기로는 진화할 수 없었다. 그러자 이들은 투숙객을 대피시키려고 1~3층을 뛰어다니며 '불이야'라고 외쳤고, 방문을 두드려 잠들어 있던 투숙객들을 깨웠다. 덕분에 투숙객 7명은 무사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이 10여분 만에 불을 껐다.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3층 방 안에서 투숙객 한모(48)씨가 숨진 채 발견됐지만, 더 큰 인명 피해는 생기지 않았다.

해군 대원 3명은 구조 과정에서 연기를 마셔 병원 치료를 받았다. 지난해 3월 해군에 입대한 부사관 동기인 이들은 "불을 끄고 사람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면서 "군인으로서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