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잠수함 충돌 침몰설’ 괴담의 주인공 네티즌 ‘자로’가 세월호 선체가 완전히 드러난 이후 침묵하다가 28일 인터넷 블로그에 다시 글을 올렸다. 그러나 괴담을 유포한 것에 대한 ‘사죄’의 글이 아니라, 또다시 뚜렷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괴담 유포 전문업자’라는 비판이 나온다.
자로는 세월호 인양이 시작된 22일부터 24일까지 ‘세월호를 똑바로 세워 좌현을 보고 싶다’는 등의 글을 매일 올렸지만 세월호가 완전히 수면 위로 올라온 25일부터는 세월호에 대해 침묵해왔다.
사흘간 침묵해온 자로는 28일 오후 자신의 블로그 ‘자로의 꿈’에 ‘인양된 세월호를 바라보며’ 라는 제목으로 다시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물 위로 드러난 세월호에 별다른 충돌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결과를 섣불리 단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세월호의 좌현 측면은 바닥에 닿아있어서 온전히 볼 수 없는 상태”라고 했다.
이어 "현재까지 공개된 사진이나 영상은 제한된 정보만 보여줄 뿐이고, 전문가들의 선체 정밀 조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자로는 지난해 12월 이화여대 김관묵 교수 등의 자문을 받아 자체 제작한 8시간 49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세월X'를 통해 "참사 당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레이더 영상에 조류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세월호 6분의 1 크기 괴물체가 잡혔다"며 "세월호 좌현 밑바닥 쪽이 잠수함 등과 충돌해 침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다. 이른바 '잠수함 충돌 침몰설'의 주역인 셈이다.
당시 국방부는 “사고 지점인 맹골수도는 잠수함이 다닐 수 없는 해역”이라며 “해군전술정보처리체계(KNTDS) 기록에 당시 세월호에 접근한 다른 접촉물이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리고 지난 25일 세월호는 구멍이나 찢긴 자국, 함몰 부위 등이 없는 온전한 상태로 인양됐다. 관련 사진들과 영상도 언론을 통해 수백 차례 보도됐다.
세월호 선체가 완전히 수면 위로 드러나자 전문가들은 “잠수함과 충돌했다면 선체에 움푹 들어간 부분이나 구멍 난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보이지 않는다”며 외부 충돌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봤다. 방향타나 프로펠러가 파손되지 않은 것도 외부 충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배제시키는 증거로 꼽힌다.
자로에 자문했던 김 교수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선체 외부 중에) 아직 공개 안 된 부분이 20% 정도 남았지만, 지금으로선 잠수함 충돌이라 보긴 어려울 것 같다”며 기존 주장을 철회했다. “외부 충돌설이 최종적으로 아니라고 확인이 되면 해군에 사과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러나 자로는 오히려 “정부가 미수습자 수색을 명분으로 신체를 절단하려 한다”며 “정부가 세월호를 대하는 태도를 봤을 때 의심의 눈초리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추가적인 선체 훼손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추가 의혹까지 제기했다. 정부가 세월호의 ‘충돌로 인한 침몰’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선체를 절단하려 한다는 근거 없는 의혹을 또 제기한 것이다.
세월호는 침몰 당시 각도 그대로, 왼쪽으로 누운 상태로 인양됐다. 반잠수 운반선 ‘화이트마린호’ 위에서도 선체 왼편은 여전히 바닥을 향해 있다. 자로가 ‘좌현 측면을 볼 수 없다’며 기존 주장을 유지하는 것도 이 지점에서다.
그러나 세월호 선체는 화이트마린호 갑판과 바로 맞닿아있지 않다. 선체와 갑판 사이에는 높이 1.5m의 받침대와 세월호 인양 때 쓰인 높이 0.9m의 리프팅빔이 있다. 선체 왼편이 갑판 바닥 쪽을 향하고는 있지만, 높이 2.4m의 공간이 있어 눈으로 훼손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양수산부는 “선체 왼쪽을 별도로 확인했지만 충돌 흔적은 없었다”며 “육상으로 옮긴 뒤 자세하게 봐야겠지만, 일단 지금까지 세월호 선체에서 잠수함 충돌 등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로는 이날 올린 글에서 “일개 네티즌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지나친 관심을 받고 있어서 많이 버겁다”며 “후회는 없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양심과 소신에 따라 실천에 옮겼을 뿐”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언젠가는 모든 것 내려놓고 떠날 때가 오겠지요. 솔직히 말하면, 지금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끝내 허위로 밝혀진 ‘잠수함 충돌설’이 잘못됐음을 시인하거나 사과하는 내용은 없었다.
자로가 올린 이 글을 보고 한 독자는 “허위로 밝혀졌음에도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은 ‘괴담 전문 유포꾼’ 같은 태도”라고 말했다. 괴담을 유포한 사람들의 ‘아니면 말고’ 식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세월호가 인양되면서 진실도 함께 인양됐다. 자로의 ‘잠수함 충돌설’ 등 터무니 없는 주장도 괴담으로 확인됐다”며 “정치인 중에도 자로의 주장을 옹호한 분들이 있는데, 알아서 자수하시고 대국민 사과하는 게 어떨까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