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9시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수학 학원 강의실.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김정우(17)군이 교단에서 화이트보드에 수식을 써가며 문제 풀이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김군 설명이 끝나자 이번에는 다른 학생이 나와 "나는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풀었다"며 자신의 풀이 방법을 발표했다. 강사는 간간이 두 학생 풀이법의 장단점을 설명할 뿐 되도록 끼어들지 않았다. 이 학원 관계자는 "작년 1월부터 이스라엘 교육 법인 '하브루타(Chavruta)' 교육을 전면 도입했다"며 "선생님은 주로 학생 얘기를 듣고 잘못된 부분이 있거나 꼭 설명이 필요할 때만 짚어준다"고 말했다.

학원 1번가인 대치동을 중심으로 '하브루타'를 내건 학원이 성업 중이다. 하브루타는 '나이·계급·성별에 관계없이 논쟁을 통해 진리를 찾는다'는 유대인의 교육법을 말한다. 일종의 토론식 공부 방법으로, 배운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면서 숙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학원은 하브루타 교육을 '유대인의 천재 교육법'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한 영어 학원은 지난 1월 초등학교 1~3학년을 대상으로 하브루타 윈터스쿨을 진행했는데, 참가자가 많아 등록이 일찍 마감됐다. 등록하지 못학 학부모 김명숙(여·39)씨는 "노벨상을 가장 많이 배출한 유대인 교육법이라면 뭔가 특별할 것 같아서 찾았는데 이렇게 열기가 뜨거울 줄 몰랐다"고 했다. 서초구에 있는 '하브루타 부모교육연구소'에서는 지난 3년간 이스라엘 교육법에 관심 있는 학부모와 선생님 1만여 명이 교육 수료증을 받았다.

교육 방식뿐 아니라 아이들 공부방에 둘 향초나 건강 기능 식품을 이스라엘식(式)으로 고집하는 엄마도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생활용품점 에코야는 '코셔(Kosher) 인증'을 받은 향초와 방향제 등을 팔고 있다. 코셔 인증이란 유대교 율법에 따라 만든 식품이나 제품에 부여되는 안전 기준 제도다. 원래 종교적 의미가 강하지만, 북미나 유럽 등지에선 '안심하고 먹고 쓰라'는 의미로 통한다. 코셔 인증 비타민 등 건강 기능 식품을 판매하는 허니스트 대표 홍지민(36)씨는 "코셔 인증을 찾는 고객 대부분은 공부하는 자녀들 먹거리를 사려는 젊은 엄마"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이선이(여·42)씨는 "코셔 인증 제품이 2~3배 더 비싸지만 아이들에게 더 좋은 걸 먹이고 싶은 마음에 자주 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