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세종시에서 한 자리에 앉은 안희정(왼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난 22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 관계자가 "안희정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비문(非文) 인사들에게 '주화입마(走火入魔)'를 당한 것 같다"는 발언을 했다. 학창 시절 무협지 보는 낙에 살았던 아재들에겐 익숙한 단어지만, 요즘 급식 학식 먹는 청년 세대에겐 낯선 말일지도 모르겠다. 글쓴이 역시 무협판타지 '묵향' 읽다 때려치운 이래 한참 본 적이 없던 단어다.

주화입마란?
여하간 주화입마란 기(氣) 수련 단체나 무협지 등에서 흔히 쓰는 표현으로, 무공 시전이나 단련을 위해 몸 안에서 기를 운용하던 중(흔히 '운기조식(運氣調息)'이라 한다) 실수하거나 외부 충격을 받아 기가 폭주하며 내상(內傷)을 입는 상황을 가리키는 말이다. 달리 말하면 본인 기 컨트롤에 실패해 본인이 상처입는 것이다.

주화입마에 빠지면 체내에서 날뛰는 기 때문에 온갖 피해를 보게 된다. 체력과 내공 감소, 내장 손상, 사지 마비 등 영 좋지 못한 쪽으로 다양하다. 게임에서 상태이상에 빠져 능력치가 디버프(debuff)되는 상황과 비슷하다 보면 되겠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으로 치면 이동불가+기절+침묵(기술사용불가)+취약(방어력저하)+지속피해가 동시에 걸리는 꼴이다.

문 측은 안의 발언을 '네거티브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 "안 후보가 비문에게 주화입마를 당했다"는 표현은, 단련 중이던 안 후보에게 비문 세력이 접근해 '외부 충격'을 줘서 망가뜨렸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다. 달리 말하자면 "안 후보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비문 때문에 기가 흐트러지고 폭주하는 듯하다. 그리고 그 때문에 주화입마에 빠진 것처럼 제 능력에 비해 온갖 디버프를 먹고 있다" 정도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는 안 후보가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 TV토론회에서 "문 후보 지지하는 분들 얘기하는 것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라 발언하거나,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후보 측은) 타인을 질겁하게 만들고 정떨어지게 한다"는 글을 쓰는 등 안 후보로서는 전에 없던 강력한 발언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인 듯하다.

살아남으면 강해진다
주화입마에서 빠져나오려면, 본인 스스로 강력한 정신력을 발휘해 날뛰는 내공을 억제하거나 타인 도움을 받아 기운을 제어해야 한다. 무협지 묘사에 따르면 어떤 식으로든 주화입마를 극복해낸 인물은 대개 폭풍성장을 경험한다. 힘이 마구 뻗치는 내공을 온전히 컨트롤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 후보 캠프 관계자 말대로라면, 주화입마를 극복해낸 안 후보는 한층 더 강해질지도 모르겠다. 좋게 해석하면 문 후보 캠프에서 안 후보의 발전을 기원하며 던진 조언이라 볼 수도 있겠다. 물론 애초에 정말 비문 세력이 안 후보를 흐트러트린 게 맞는지, 그리고 지금 안 후보 상태를 주화입마로 봐야 할지부터 따져봐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