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의 한 편의점에서 1년째 아르바이트(알바)를 하고 있는 취업 준비생 유모(27)씨는 최근 새로 바뀐 점주(店主)에게 쓴소리를 들었다. 그동안 유씨는 유통 기한이 지나서 버리게 돼 있는 삼각김밥이나 도시락을 집에 가져다 먹었는데, 점주가 "먹고 탈 나면 책임 못 지니까, 절대 가져가지 말라"고 한 것이다. 유씨는 "오후 9시쯤에는 유통 기한이 지난 신선식품이 많게는 5~10개씩 나오는데, 이것들만 챙겨도 하루 식비를 아낄 수 있다"며 "밤늦게 공부하느라 출출할 때마다 꺼내 먹었는데, 이젠 챙기지 못하게 돼 서운하다"고 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편의점 알바생들에게 유통 기한이 갓 지난 편의점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제품은 알바생들 사이에서 '폐기(廢棄)'라고 불린다. 버려야 하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편의점 알바생들이 자주 찾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폐기 식품을 짭짤하게 활용하는 '꿀팁(유용한 정보)'이 많이 올라온다. 주로 도시락과 김밥, 샌드위치처럼 유통 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이 폐기 대상이 된다. 업체별로 다르지만 대개 도시락과 김밥은 유통 기한이 평균 2일이고, 샌드위치는 만들어진 지 40시간 정도 지나면 팔 수 없다.

하지만 유통 기한이 지났다고 먹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통 기한이 지난 식품도 포장·보관 상태, 변질 유무 등에 문제가 없다면 먹을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 시청역 인근의 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대학생 박모(여·24)씨는 "나 혼자 먹기엔 양이 많아서 자취하는 친구들에게 종종 나눠주곤 하는데, 처음엔 꺼리던 친구들도 '먹어 보니 아무 이상 없다'며 또 달라고 한다"고 했다.

하지만 폐기 식품을 먹는 알바생에 대한 점주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혹시라도 문제가 생기면 책임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55)씨는 "어떻게든 식비를 아껴야 하는 알바생 사정이 딱하기는 하지만 혹시 음식이 상해 탈이라도 나면 점주도 피곤하게 된다"며 "절대 집에는 못 가져가게 하고, 필요하면 점포 안에서 바로 먹으라고 지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