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음할 차는 '봉황단총(鳳凰單叢)'입니다. 중국 광동성 조주시 봉황산에서 생산되는 우롱차(烏龍茶·녹차와 홍차의 중간적 성질을 가진 半발효차)입니다." "와, 맛있다." "맛과 향이 (벨기에) 호가든 맥주 느낌이네요."
지난 16일 저녁 7시 서울 인왕산 아래 한옥에 '청년청담(靑年淸淡)' 회원들이 모였다. 대부분 광화문 주변에서 일하는 20대 후반~40대 직장인 35명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모임이다. 지난해 5월부터 매월 한 차례 모여 함께 차를 즐기고 공부한다. 이날 주제는 우롱차. 중국 광동·민북(閩北·복건성 북부)·민남(閩南·복건성 남부)·대만에서 생산된 우롱차 4종류를 비교 시음했다. 창립 멤버 김용재(34)씨는 "다회(茶會)에 가보면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대부분이라 젊은 사람들이 편하게 차 마실 수 있는 모임을 만들었다"고 했다.
20~30대 젊은이들이 차(茶)문화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14일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에서는 한·중·일 차 문화 체험 행사가 열렸다. 서울 주재 외교관과 일반인에게 공개된 행사에는 103명이 참가했는데 이 중 30명이 대학생이었다. 사무국 관계자는 "홈페이지에 올려둔 공지만 보고 참가 신청한 대학생이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고 했다. 중국차 시연·시음을 맡은 인야티아카데미 조은아 대표는 "최근 1~2년 새 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나이든 사람이 마시는 고루한 음료'라는 차의 이미지는 2~3년 전부터 깨지기 시작했다. 2014년 국내에 진출한 싱가포르 유명 브랜드 카페 'TWG'와 국산 차로만 음료를 만드는 서울 신사동 '티콜렉티브', 연희동 '시간이 머무는 홍차가게', 홍대 '인야 카페', 한남동 '산수화' 등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젊은 층 사이에서 차에 대한 새롭고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어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지난해 '티바나 티'를 판매하며 국내 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티백 패키지를 포함해 40가지 티 음료를 선보였는데 자몽·꿀·홍차를 섞은 블렌딩티 '자몽허니블랙티'가 출시 한 달 만에 품절됐다. 커피빈도 지난해 차 매출이 전년 대비 14.8% 올랐다. 국내 차 생산량은 2010년 23만1970t에서 2014년 46만3975t으로 크게 늘었고, 수입량도 585t에서 891t으로 급증했다(한국농산물식품유통공사 자료).
한·중·일 차 문화 체험에 참가한 서영동(18)씨는 "커피는 각성 효과가 있는 반면 차를 마시면 심신이 안정된다"고 했다. 12년간 바리스타로 일하다 5개월 전 차에 빠져들면서 '청년청담' 회원이 된 김보경(33)씨는 "커피는 한 번으로 끝이지만 차는 우릴 때마다 달라지는 맛을 계속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강지영 음식평론가는 "차를 접해보지 못한 젊은 층에게는 커피가 오히려 고루한 음료로 느껴지고 차가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간 듯하다"고 했다.
[차 즐기는 팁]
차는 '어렵고 복잡하다'는 선입견이 있다. 박동춘(64) 동아시아차문화연구소 이사장(성균관대 겸임교수)은 "차를 마시려면 다구(茶具)를 갖추고 까다로운 다법(茶法)·다례(茶禮)를 따라가며 마셔야 한다는 건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과 인야아카데미 조은아 대표, 일본 다도 종가 우라센케 서울지부 이춘실 원장 등 한·중·일 차 전문가들은 "그냥 편하게 차를 즐기라"고 입을 모았다. "주부들이 멸치국물 우릴 때 쓰는 다시 백 있죠? 여기다가 찻잎 2g(한 자밤 정도)을 넣으세요. 이걸 텀블러나 머그잔에 넣고 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붓고 2~3분쯤 뒀다가 드세요. 차 양이 적기 때문에 다시백을 꺼내지 않아도 쓰거나 떫어지지 않아요. 3번까지 우려 마실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