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9대 대통령이 결정됐다.
9일 실시한 제19대 대통령선거 개표를 모두 마친 10일 오전 7시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문재인 당선인의 득표율은 41.08%로 1342만3800표를 얻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당선이 확정된 밤 11시 50분쯤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마련된 무대에 올라 통합을 강조한 '대국민 메시지'를 읽었다. 문 대통령은 "함께 경쟁했던 후보들에게도 감사와 위로를 전한다"며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그분들과도 함께 손잡고 미래를 위해 같이 전진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만 보고 바른 길로 가겠다"면서 "위대한 대한민국, 정의로운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당당한 대한민국, 그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또 "정의로운 나라, 통합의 나라,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함께해주신 위대한 국민들의 위대한 승리"라며 "혼신의 힘을 다해 새로운 나라를 꼭 만들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1953년 1월 경남 거제에서 피란민 가정의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누나와 여동생들은 주부이고 남동생은 원양어선 선원 생활을 했다. 함경남도 흥남 출신 부모는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때 월남해 경남 거제에서 문 대통령을 낳았다. 그 당시 모두가 그랬듯 가정 형편은 어려웠다. 아버지는 포로수용소에서 막노동을, 어머니는 문 대통령을 업고 계란 행상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가계는 어려웠지만 머리는 명석해 지역 명문인 경남중·고에 입학했다. 문 대통령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동생들을 위해 돈을 번 누나가 희생을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부유층 자제가 많이 다녔던 명문 학교에서 빈부 격차와 세상의 불공정함을 접한 문 대통령은 반항심이 생겼다. 술·담배를 하고 노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소위 '문제아'로 불렸다. 정학을 네 번 당했다.
서울대 상대 입시에서 낙방한 뒤 재수 끝에 1972년 경희대 법대에 입학했다. 대학 진학 후에도 반독재 학생운동에 몰두했다. 1975년 대학 4학년 때 유신 독재 화형식을 주도하다 서대문구치소에 4개월간 수감됐다. 실망한 아버지는 한 번도 면회를 오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감옥을 나왔는데 아버지는 꾸짖는 말씀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석방 뒤 특전사령부로 강제 징집된 문 대통령은 자신이 "뜻밖으로 '군대 체질'이란 걸 발견했었다"고 말한다. "학교에서는 벌 받기 바빴는데 군대 가서는 상을 더 받았다"고 했다. 당시 전두환 여단장으로부터 표창을 받고 1976년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 미루나무 제거 작전에 최정예 요원으로도 투입됐다. 선거운동 기간 특전사 부대를 방문한 문 대통령은 총기를 조준하기 전에 하늘을 쳐다보고 동공을 축소하는 군 시절 훈련 모습을 재현하기도 했다.
1978년 전역했지만 구속 전력으로 복학도, 취직도 되지 않아 낭인(浪人)으로 세월을 보내던 중 부친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문 대통령은 "아들이 잘되는 모습을 아버지에게 한 번도 보여드리지 못해 회한(悔恨)으로 남는다"고 했다. 49재를 마치고 전남 해남 대흥사에 들어가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1980년 '서울의 봄' 시위에 나섰다 체포돼 청량리경찰서 유치장에서 사시 합격 소식을 들었다. 1981년 경희대 2년 후배(성악과)인 김정숙씨와 7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1남 1녀를 뒀다.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지만 시위 구속 전력으로 판사로 임용되지 못한 문 대통령은 부산으로 내려가 인권 변호사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198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났다. 일곱 살 위인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뒤 문 대통령은 "'같은 과(科)'라고 느꼈다"고 했다. 두 사람은 합동 법률사무소를 차리고 부산·경남 일대 시국 사건을 수임하며 이름을 알렸다. 1988년 노 전 대통령이 통일민주당 김영삼 총재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자 문 대통령은 "뒷일은 내게 맡기고 정치권으로 가시라"고 했다.
'법무 법인 부산'을 세우고 변호사 생활을 하던 문 대통령은 2002년 대선에 출마한 노 전 대통령의 부산 선대본부장을 맡았다. 청와대 민정수석, 시민사회수석, 비서실장을 지내며 임기 내내 노 전 대통령 곁을 지켰고, 격무와 스트레스로 치아 10개가 빠졌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2010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았다. 문 대통령은 2011년 자서전 '운명'을 쓰고 현실 정치에 발을 내디뎠다. 2012년 4월 총선 때 부산 사상구에서 당선됐다. 그해 12월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나서 야권 후보 역대 최대인 1469만표(득표율 48%)를 얻었지만 낙선했다. 문 대통령은 이후 본격적인 정치에 나섰다.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실장, 이젠 청와대 주인 됐다
문재인은 대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에서 "중학교 입시 전에는 전혀 공부를 하지 않았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나름대로 찾은 피난처는 책이었다"며 "닥치는 대로 읽었고, 보통 아이들처럼 가끔은 야한 책도 읽었다"고 밝혔다. 또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는 술도 마시고 담배도 피우며 객기를 좀 부렸다"며 "무심코 교복 주머니에 담배를 넣었다가 아버지한테 들킨 적도 있고, 술 마시고 집에 들어갔다가 술 냄새 때문에 들통도 여러 번 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고등학생들은 소위 지식인으로 우리 동네에서는 제가 제일 많이 아는 사람으로 통했다"며 "고등학교 2학년 때는 3선개헌 반대시위도 하는 등 사회 부조리와 실존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가 꽉 차 있던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양복을 살 돈은 있지만 편안한 게 좋아서 늘 입는 옷을 잘 입는다"고 말하며 소탈한 모습을 어필했다. 정연아 이미지테크연구소 대표는 문재인의 가장 큰 매력을 스마트한 분위기와 매너로 꼽았다. "문재인은 60대의 나이지만 편안함만을 추구하는 '아저씨 패션'과는 사뭇 다르다. 정장이나 캐주얼 모두 튀지 않으면서도 에지 있게 입는 편이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안경은 그에게 매우 잘 어울려 그의 이미지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고 했다.
작년 12월, 유력 대선 주자들을 음식에 빗댄 '이미지 신경전'이 이슈가 됐었다. (문재인은 '고구마', 이재명은 '사이다', 안희정은 '쌀밥' 등) 다른 대권 주자들은 문재인을 '고구마'에 빗대며, 답답한 스타일이라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문재인은 스스로 고구마를 자처하며, "고구마는 배를 든든하게 한다"며 응수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대통령 부인의 활동도 주목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미혼이어서 지난 정부에선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이 없었던 반면 대부분 정부에선 대통령 부인이 대외적으로 대통령을 보조하는 활동을 해왔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씨는 1954년 서울 종로에서 태어나 숙명여중·고를 졸업한 뒤 1974년 문 대통령과 같은 대학인 경희대 성악과에 입학했다. 졸업 후 서울시립합창단에서 활동했다. 문 대통령과는 1981년 7년간 연애 끝에 결혼했다. 김씨는 문 대통령을 지금도 '재인씨'라고 부른다. 김씨는 "나를 자유롭게 해줄 것 같아서 재인씨와 결혼했다"고 했다. 연애 시절 문 대통령을 그렇게 불러왔고, 공식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2012년 대선 때는 캠프 측에서 '후보'라고 지칭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격식 차리기보다 익숙하고 편안한 '재인씨'라는 호칭을 굳이 바꾸지 않는 게 좋다"고 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추석부터 최근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은 호남을 방문해 문 대통령 지지를 호소해 문 대통령의 '호남 특보'라는 별명을 얻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는 문 대통령과 동선을 따로 잡고 전국 유세를 해왔다. 남편의 선거 활동 외에도 그간 사회 활동에 적극적이었던 김씨는 '대통령 부인'으로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낮 12시 국회 로텐더홀에서 약식 취임식을 갖고 대통령 업무를 곧바로 시작한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대통령직 인수위 과정이 없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에 앞서 오전 10시에는 서울 국립현충원을 참배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보실장 등을 임명할 예정이다. 비서실장에는 임종석 전 의원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의원은 선거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선대위 비서실장을 지냈다. 문 대통령은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위해 청와대 비서실장과 함께 청와대 인사·민정 그리고 홍보수석을 최우선으로 임명할 계획이다. 임명된 청와대 참모들과 함께 기본적인 인사 검증을 마친 뒤 금주 중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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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당(黨)을 최대한 존중했다. 2012년 대선 당시 "당과 참모들이 제대로 결합하지 못해 생긴 갈등이 패인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았고, 이에 이번에는 초기 경선 캠프부터 당 사람들을 대거 합류시켰다.
[심상정 "이번 대선, 정의당 새 도약의 계기 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