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혼돈)의 불안한 느낌을 주는 효과음과 배경음악이 깔리는 가운데 내레이션이 흐른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창세기에서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66권을 성우·배우 100여 명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드라마 바이블'의 첫 부분이다. 최근 G&M글로벌문화재단(이사장 문애란)은 신·구약 성경 66권 전체를 오디오 드라마로 만들어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스토어를 통해 무료 배포하고 있다.

앱을 내려받아 재생하면 성경 말씀이 실감 나게 소리로 펼쳐진다. '하나님 역' 배우 한인수씨를 비롯해 성우 겸 배우 장광(모세), 이재룡(다윗), 배한성(욥) 그리고 예수 역은 차인표가 맡았다. 성경 속 여성들은 박시은(마리아), 엄지원(에스더·룻), 추상미(드보라) 등이 목소리 연기를 했다. '드라마'를 표방한 만큼 성우와 배우들은 인물에 감정이입했고, 효과음향도 청취자의 몰입을 돕는다. 노아의 홍수가 끝날 무렵엔 까마귀와 비둘기 날갯짓 소리, 홍해가 갈라지는 장면에선 이집트 군대를 삼키는 파도 소리,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 오를 땐 군중의 발걸음 소리가 생생하게 들린다. 음악은 아드리엘 김, 이필호, 김바로씨 등이 제작에 참여해 디토 오케스트라가 연주했다.

녹음 참가자들은 감동과 은혜를 이야기했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 드라마 바이블을 통해 많은 분이 위로를 받았으면 한다."(차인표) "예수님이 내게 말을 걸어주는 느낌을 받았다."(개그우먼 정선희) "세례받은 지 얼마 안 됐다. 믿음을 찾는 과정에서 굉장한 경험을 했다."(이재룡)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첨단 기술 홍수 시대에 전통 미디어인 '오디오 드라마'는 어떤 효용이 있을까. 문 이사장은 '말씀의 회복'을 말했다. 언젠가부터 신앙인들에게 '성경'은 '공부'나 '숙제'가 됐다는 것. 예배 때에도 성경 봉독은 짧아지고, 설교는 길어졌다. 성도는 '통독(通讀)'하지만 의무감과 횟수에 얽매이기 일쑤다. 무엇보다 '말씀'은 읽기보다는 듣기가 제격이다. 지난 4년간 숱한 시행착오 끝에 이번에 완성한 오디오 드라마 제작엔 광고 전문가 출신인 문 이사장 인맥이 주효했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란 카피로 유명한 성우 권희덕씨를 비롯해 배우 차인표, 방송인 이성미씨가 배우·성우 출연 설득에 앞장서 크리스천 배우·성우가 총출동했다.

오디오 드라마를 만들고 보니 뜻밖 소득도 있다. 성경 66권 전체 낭독 시간은 90시간, 효과음·배경음악 포함해도 100시간 남짓이었다. 그렇다면 녹음 분량이 가장 많은 역할은 누구일까? 문 이사장은 "흔히 예수님이나 바울일 것이란 선입견이 있지만 정답은 하나님"이라고 했다. 녹음 분량으로 하나님은 20시간, 예수는 8시간 정도였다. 문 이사장은 "성경은 역시 하나님 말씀이란 점을 새삼 확인했다"고 했다.

스마트폰 전용 앱으로 만든 것은 언제 어디서든 듣자는 취지다.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모든 말씀을 장(章)별로 나눠 2~5분 단위로 끊어서 들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문 이사장은 듣는 방식으론 '함께'를 권했다. 그는 "가족, 직장 동료 등과 함께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바이블 브런치·런치·디너'를 한다면 더욱 감동받을 수 있다"며 "성경 66권 전체를 다 들어도 100시간밖에 안 걸리잖아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