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부터 3D 계측기까지, 계측 시스템으로 내게 딱 맞는 러닝화를 찾자
발 타입과 러닝 목적 알면 찾기 쉬워
나이키는 스크린 러닝, 아디다스는 10초 스피드 계측, 아식스는 발 길이까지 꼼꼼 분석

효과적인 러닝을 위해서는 잘 맞는 러닝화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 타입만 분명히 알아도 편한 러닝화를 찾을 수 있다.

기자는 가끔 집 근처 양재천을 걷거나 뛰는 초보 러너다. 러닝화도 디자인과 가격이 적당한 운동화를 골라 신었다. 그래서인지 평소 잘 신던 운동화도 막상 오래 걷거나 달리면 발이 붓고 심지어 물집도 잡혔다. 그래도 꾸역꾸역 신다 보면 어느 순간 편해지는 순간이 왔다.

이 과정을 ‘길 들이는 과정’이려니 생각했다. 발에 운동화를 맞추기보다는 운동화에 발을 맞춰 왔던 것이다. 어쩌면 고통에 익숙해지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완연한 봄기운을 느끼며 올해는 제대로 러닝을 해보기로 마음 먹고 새로운 러닝화를 장만하러 나섰다. 작은 러닝화 하나에도 어찌나 기능이 많은지. 이건 이게 좋고, 저건 저게 좋고. 쇼핑을 하면 할수록 멘붕(?)에 빠졌다. 기능과 디자인, 가격까지 따지자니 결정 장애를 가진 기자로선 러닝화를 고르는 과정에서도 스트레스가 쌓였다.

누가 나에게 딱 맞는 러닝화를 골라줬으면… 더 쉽게 고르는 방법은 없을까? 수소문 끝에 내게 맞는 신발을 찾아준다는 매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 빠르고 간편하다! 웨어러블 기기로 러닝화를 추천해주는 아디다스 ‘런 지니’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러닝화를 추천해준다는 아디다스 BCS명동점을 찾았다. ‘런 지니(run genie)’는 간단한 러닝 패턴 분석으로 러너에게 최적화된 러닝화를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발 모양과 착지 각도, 러닝 습관 등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가장 적절한 러닝화 제품을 추천해준다.

울트라부트스 X를 신고 측정에 나섰다. 방식은 간단하다. 먼저 매장 직원이 성별과 신발 사이즈, 러닝 유형(평지, 러닝머신) 등 기본적인 사항과 러닝 목적, 빈도, 부상 여부를 문진(?)한다. 이후 엄지 손가락만 한 웨어러블 센서를 신발 끈에 부착하고 10여 초간 매장을 달리면 끝. 태블릿PC를 통해 바로 러닝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런 지니를 통해 분석된 러닝 패턴, 착지 각도와 회내각도 등을 고려해 러닝화가 추천된다.

착지각도: 힐 스트라이커
회내각도: 과회내 (왼발 7°, 오른발 8°)
결과: 쿠셔닝과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 신발을 찾으십시오.

힐 스트라이커는 달릴 때 발꿈치 외부 가장자리가 지면에 먼저 닿는 것을 말한다. 런 지니 데이터에 의하면 전체 러너의 75%가 힐 스트라이커에 속한다. 과회내(과내전)는 달릴 때 발과 발목이 일반적인 러너보다 더 안쪽으로 기운다는 얘기다. 러너의 42%가 과회내 현상을 보인다. 의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매장 직원은 울트라부스트 ST를 추천했다. 과회내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개발된 안정화로 신발 안쪽에 견고한 프레임을 장착해 발목과 아치의 비틀림을 방지했다. 중창이 바깥보다 안쪽이 더 두꺼워 신었을 때 안정감이 느껴졌다.

울트라부스트 ST를 신고 재측정에 들어갔다. 결과는 왼발 3°, 오른발 1°, 회내 각도는 중립이었다. 처음 울트라부트스 X를 신고 측정했던 것과 비교해 과회내 현상이 크게 교정됐다. 분명 과회내는 장애가 아니었지만, ‘중립’이라는 단어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를 안도감이 밀려왔다.

런지니를 운동화 끈에 부착하고 10~15초 정도 뛰면 러닝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런 지니로 발상태를 측정하고 러닝화를 고르기까지는 채 5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전까지 러닝화는 브랜드 인지도나 제품의 유명세에 따라 선택하는 편이었는데, 계측 시스템을 체험하고 나니 취향은 접어두고 결과를 따르게 됐다.

단, 이 매장에서 과회내용 여성용 안정화는 울트라부스트 ST뿐이라는 사실은 아쉬웠다. 전체 러너의 42%가 과회내라는데, 진열된 수십 개의 러닝화 중 안정화는 한 제품뿐이라는 게 의아했다.

결과에 대한 의문도 들었다. 1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작은 센서로 정확한 측정이 가능한 할까? 측정 시 신고 있는 운동화에 따라 결괏값이 달라진다는 점도 마음에 걸렸다.

매장 직원은 런지니를 ‘참고용’으로 활용하라고 했다. 이어 “과회내용 안정화는 일상생활이나 가벼운 러닝 시에는 적합하지만, 무게가 다소 무거워 장거리 마라톤 등을 목적으로 선택할 때는 충격 흡수 기능에 초점을 둔 가벼운 러닝화를 선택할 것”을 권유했다. 발 상태뿐만 아니라 러닝의 목적을 고려해 러닝화를 선택하라는 조언이다.

•장점: 쉽고 간단함
•단점: 계측 시 신은 운동화에 따라 결과가 달라짐

◆ ‘러닝화는 과학이다’ 3D 프로젝트를 활용한 꼼꼼한 계측, 아식스 ‘풋 아이디’

보다 정확한 계측을 위해 아식스 이태원 매장을 찾았다. 이 곳에서는 ‘풋 아이디(FOOT ID)’라는 계측 시스템으로 발 모양과 러닝 패턴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러닝화를 추천한다.

레이저 프로젝트와 러닝머신으로 구성된 아식스 ‘풋 아이디’

먼저 상하좌우, 전후방에 장착된 8대의 카메라와 4개의 레이저 프로젝트로 발 길이와 높이, 발볼 너비 등을 측정한다. 이어 발목에 센서를 부착하고 러닝머신 위를 달리는 동작을 통해 발의 착지 형태와 쏠림, 기울기 등 러닝 주법을 분석한다.

런지니와 비교해 계측 시간은 꽤 긴 시간(30여 분)이 소요됐다.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 올리고 맨발로 계측하는 방법 역시 달랐다. 쇼핑객들 옆에서 은밀한 속살(?)을 드러내고 계측하는 과정은 민망함을 수반했다. 꼼꼼한 계측 탓인지 결과를 기다리는 2~3분의 시간은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는 것처럼 긴장감이 고조됐다.

받아본 결과는 예상한 것보다 섬세하고 정확했다. 평소 불편했던 부분에 대한 의문도 풀렸다. 신발을 신으면 늘 왼발이 답답했는데, 실제로도 왼발(245mm)이 오른발(242mm)보다 3mm가 길었다. 발뒤꿈치 횡 경사각은 왼발 0.9°, 오른발 1.7°로 중립 회내에 가까웠다. 런 지니 측정 시 과회내으로 분석된 것과 다른 결과다. 아마도 맨발로 측정했기 때문인 듯 하다.

계측 후 결과를 모니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계측을 진행한 점장은 젤-카야노 23을 추천했다. 중립 회내라 안정화나 쿠션화를 신을 필요는 없지만, 초보 러너인 만큼 어느 정도 쿠션감이 있는 제품을 신으라고 권했다. 사이즈는 250~255 사이즈. 이와 함께 무릎의 움직임을 고정해주는 압박 레깅스와 테이핑의 사용할 것을 권유했다. 달리는 동안 무릎이 바깥으로 열리는 경향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장기간 러닝을 할 경우 무릎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는 지적.

발과 러닝 폼에 대해 꽤 꼼꼼한 정보가 도출되는 데 반해 비용은 무료라는 사실이 만족스러웠다. 점장은 “일본 매장에서는 500엔(약 5000원)의 비용이 들지만, 국내 매장에서는 무료로 서비스가 제공된다”며 “내점 고객의 평균 구매율이 18%인데 반해, 계측기를 사용한 고객의 구매율은 50%를 넘는다. 아무래도 러닝 스타일을 정확히 알게 되니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장점: 비교적 정확한 계측, 이 모든 것이 무료!
•단점: 시간이 오래 걸림 (30분 정도 소요)

◆ 마음에 드는 러닝화를 신고 맘껏 뛰어봐. 나이키 ‘트라이얼 서비스’

압구정 로데오에 위치한 나이키 매장은 러닝을 컨셉으로 한 특화 매장이다. 매장 직원부터 인테리어 모두 나에게 “런(Run)! 런!”이라고 외치는 듯했다.

나이키는 매장에서 러닝화를 신고 테스트하는 트라이얼(Trial)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음에 드는 러닝화를 신고 러닝머신을 뛰어보며 직접 착용감을 시험하는 것이다. 아디다스나 아식스처럼 별도의 계측은 이뤄지지 않는다.

매장 2층에 위치한 트라이얼 존은 꽤 큰 규모로 구성되어 있다. 추천받은 러닝화(루나에픽 로우 플라이니트 2)를 신고 태블릿PC에서 원하는 코스를 선택한다. 러닝 강도에 따라 테스트(Test) 런, 레디-셋-고(Ready-Set-Go) 런, 스피드(Speed) 런, 홈(Home) 런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직접 신고 달리며 내게 맞는 러닝화를 찾는 나이키의 트라이얼 서비스

러닝 입문자를 위한 레디-셋-고 런 코스를 선택하고 간단한 준비 운동 후 러닝머신에 올랐다. 대형 화면에 세 명의 러닝메이트들이 등장했다. 배경은 매장 인근 한강 공원이다. 함께 구령을 외치고 독려하며 러닝을 하는 과정이 마치 게임을 하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뛰다 보니 처음 시작할 때의 부끄러움도 사라졌다. 신발을 사러 왔다는 사실도 잊은 채 열심히 러닝머신을 탔다.

트라이얼 서비스는 마라토너 출신의 페이서(Pacer)의 안내에 따라 진행된다. 페이서는 러닝을 하는 동안 자세를 교정해주고 러닝 스타일에 맞는 신발을 추천해준다. 장비를 통한 계측은 아니지만, 전문 페이서가 추천해주는 과정이라 신뢰가 갔다.

두 번째로 추천받은 나이키 줌 올 아웃 로우를 신고 달려봤다. 쿠셔닝이 좋았지만, 첫 경험(?)이 인상적이었던지, 루나에픽 로우 플라이니트 2가 더 끌렸다. 발 모양에 따라 늘어나는 일체형 갑피(밑창을 제외한 발을 감싸는 부분)가 발등을 잡아줘 더 편하게 느껴졌다.

매장 관계자는 “트라이얼 서비스는 러닝에 대한 즐거움을 체험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매장에서 진행하는 러닝 프로그램인 ‘나이키+ 런 클럽(NRC)’의 참여를 유도하고 러닝 인구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나이키 압구정 컨셉 스토어에서 트라이얼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하루 평균 6~8명에 달한다.

•장점: 마음에 드는 러닝화를 신고 실제로 달려볼 수 있음, 러닝의 즐거움은 덤
•단점: 과학적 계측 시스템은 없음

▶ 용어 설명
*회내(내전): 달리기를 할 때 뒤꿈치부터 앞쪽까지 발이 구르는 과정에서 발이 안쪽으로 돌아가는 현상으로 회내가 과한 경우를 과회내, 회내가 부족한 경우를 과회외라고 한다. 보통 신발의 마모도를 통해 회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신발 안쪽이 마모되는 편이라면 과회내, 바깥쪽이 마모되는 편이라면 과회외에 가깝다. 중립일 경우 발의 뒤꿈치 바깥쪽과 발의 중앙부분이 주로 마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