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석전교차로. 광주시청에서 차로 20여분 떨어진 이 교차로 초입에서 혁신도시 중심부를 동서로 관통하는 빛가람로가 이어진다. 각종 공공기관과 상업시설, 공동주택 등이 둘러싼 이 중심 도로를 차로 5분쯤 달리자 혁신도시 동쪽 끄트머리에 '한국인터넷진흥원' 신사옥이 나타났다. 지하 1층, 지상 8층 건물은 완성된 모습이었다. 마무리 조경 공사와 인터넷 선로 이설 등 내부 전산시스템 구축, 사무 집기 배치가 한창이었다. 오는 6월 예상 이전 인원은 서울 본원의 732명 중 558명이다. 인터넷진흥원은 7월 개청식을 열고 열다섯 번째로 '나주시대'를 여는 이전 공공기관이 된다. 최근 이전 사례로는 2015년 8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이어 거의 2년 만이다.

지난 3일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전경. 혁신도시 중앙에 들어선 호수공원 베메산 꼭대기에 지난해 7월 빛가람 전망대가 개장했다. 이 전망대 앞으로 멀리 정상부가 비스듬한 한전 신사옥이 보인다.

16개 전체 공공기관 이전 내년 상반기 마무리

준정부기관으로 2009년 7월 설립된 인터텟진흥원은 인터넷 해킹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 온라인 침해 사고 예방·대응과 우리나라 전체 인터넷 주소 자원에 대한 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다. 정현철 인터넷진흥원 경영지원단장은 "업무 특성상 젊은 직원이 많다"며 "어린 자녀를 둔 직원들은 상당수가 가족과 함께 나주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지침에 따라 혼자 이주하는 공공기관 소속 기혼자는 적정 규모의 사택을 받는다. 나주시는 미혼 직원이나 2인 이상 가족에게도 주택 매입자금 이자(최대 200만원)와 전세자금(최대 100만원)을 지원한다.

나주의 마지막 이전 공공기관은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이다. 오는 12월 80명이 나주 본원으로 이전할 계획이었다. 평가원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과 재원 조달이 지연돼 정확한 이전 시점을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기본·실시설계상 공사기간은 8개월. 김화영 나주시 혁신도시지원팀장은 "공사 기간을 감안하면 올해 이전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때문에 내년 상반기 이전이 유력할 전망이다.

빛가람혁신도시는 2007년 11월 나주 금천·산포면(736만1000㎡) 일대에서 착공됐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2.5배로,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유일하게 광주와 전남 두 광역자치단체가 공동 조성한 곳이다. 공공기관은 2013년 3월부터 본격 이전해왔다. 내년 상반기 기준으로 이전 시작 5년 만에 모든 기관이 나주로 오게 된다. 16개 공공기관은 에너지(4)·농생명(5)·정보통신(4)·문화예술(3) 네 분야로 나뉜다. 분야별로 ▲에너지는 한국전력공사·한전KPS·한전KDN·한국전력거래소, ▲농생명은 한국농어촌공사·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식품공무원교육원·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정보통신은 우정사업정보센터·국립전파연구원·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한국인터넷진흥원, ▲문화예술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한국콘텐츠진흥원·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이 각각 속한다.

1년 새 1만명 늘어난 인구

2년간 공공기관 이전이 정체됐지만 빛가람혁신도시 인구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2월 말 현재 인구는 2만 4094명. 작년 같은 시점(1만4311명)에 비해 1만명가량 늘었다. 그동안 한전과 농어촌공사, 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14개 이전 기관 임직원은 6294명으로 큰 변동은 없었다. 그런데도 1년 만에 인구가 많이 늘어난 이유는 적게는 600가구, 많게는 900가구에 이르는 공동주택(아파트) 단지 6곳이 잇따라 입주를 시작해서다. 혁신도시를 관장하는 빛가람동주민센터 관계자는 "늘어난 인구 1만명 중 절반은 광주, 20%는 나주 내 다른 지역, 30%는 광주·전남 외 지역에서 유입된 것으로 분석했다"고 말했다.

정주 여건이 개선되자 공공기관 직원들이 가족 이주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1만명 중 3000명가량은 연고가 없는 곳에서 왔다는 뜻이다. 양화영 전남도 혁신도시지원단 행정지원팀장은 "빛가람혁신도시 인구 중 최소 1만명 이상은 공공기관 임직원 또는 그 가족으로 추정된다"며 "협력업체와 관계 기관 직원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배우자나 자녀 등과 이주한 가족 동반 이주율은 31.5%였다. 내년 상반기 나머지 두 기관을 합한 16개 공공기관 임직원 규모는 6932명으로 7000명에 육박하게 된다. 7000명 중 2250명이 2인 가족 이상이라는 것이다. 2인 가족만을 감안하더라도 공공기관 파생 인구는 1만명에 근접한다.

혁신도시 전체 인구의 70%는 40대 이하로 젊다. 유치원생을 포함한 학생수는 2014년 12월 524명에서 지난해 9월 2716명으로 5배 늘었다. 영·유아 보육시설과 초등학교 등 교육 시설이 여전히 부족하다. 작년 11월 광주 첨단지구에서 나주 혁신도시로 3인 가족이 이주한 이혜진(36)씨는 "도시의 미래 가치를 보고 나주로 왔다"며 "교육 여건이 더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빛가람혁신도시는 2020년 인구 5만의 '에너지 신산업 거점 도시'로 거듭난다는 청사진을 바탕으로 성장한다.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빛가람 창조경제혁신센터는 한전 본사 인근에서 지난 2월 문을 열었다. 앞서 지난해 10월 전남실감미디어 산업지원센터가 개소했다. 다양한 유형의 실감미디어 체험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게임콘텐츠를 시험하는 전남글로벌 게임센터는 지난해 2월 업무를 시작했다. 16개 콘텐츠기업이 모이는 '콘텐츠밸리'도 조성된다. 에너지전문인력 양성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에너지밸리 기업개발원은 내년 9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