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이 1%뿐이라고 해도 우리에겐 99%의 믿음이 있다.'
FC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의 공격수 네이마르(25·브라질)는 9일 파리 생제르맹(PSG) 과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홈경기를 앞두고 인스타그램에 이런 말을 적어놓았다. 0대4로 참패한 1차전 이후 모두가 "틀렸다"고 했지만, 그는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경기 후, 바르사 홈구장 캄프 누는 '환희와 광란의 장'이 됐다. 바르사가 2차전에서 6대1이라는 기적의 스코어로 승리하며 합계 6대5로 8강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관중석에선 올드팬들이 부둥켜안고 통곡했고, 그라운드의 리오넬 메시(30)도 눈물을 흘렸다. 1% 가능성을 100%로 만든 네이마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네이마르는 이날 2차전 스코어 3-1로 앞선 후반 43분 프리킥 골, 후반 45분 페널티킥 골을 넣어 5-1을 만들었다. 1·2차전 합계 스코어는 5-5 동점이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 때문에 여전히 생제르맹의 8강행이 확정적인 상황이었다. 추가 시간은 5분이 주어졌다. 종료가 20여 초 남은 후반 50분, 네이마르의 왼발을 떠난 로빙패스가 동료 세르지의 오른발에 맞았다. 이 공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바르사는 네이마르가 보여준 7분 마법에 힘입어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고 8강에 올랐다. 1955년 유러피언컵(유럽챔스리그 전신) 출범 이후 62년간 이 대회에서 1차전 0대4 경기는 57번 있었고, 한 번도 2차전에서 합계 스코어를 역전시킨 팀은 없었다. 58번째 0-4 경기가 뒤집히는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캄프 누의 영웅 네이마르는 이번 시즌 깊은 부진을 겪고 있었다. 시즌 초 두 달 넘게 골을 넣지 못했고, 팀 동료 메시, 수아레스와 호흡도 잘 맞지 않았다. 짜증이 늘어 상대 선수와 신경전도 자주 벌였다. 네이마르가 리그 26라운드까지 성공한 골은 8골로 메시(23골), 수아레스(20골)에게 크게 뒤진 상태였다. 최근엔 이적료 사기 건으로 송사에까지 휘말려 팬들에게 실망을 줬다.
그는 9일 경기로 완벽히 부활했다. 바르사는 3-0으로 앞서던 2차전 후반 17분 상대 카바니에게 기습 골을 얻어맞았다. 원정 골이어서 뼈아픈 실점이었다. 이기려면 3골이 더 필요한 상황이었고 바르사선수들 얼굴에선 희망이 사라져갔다. 그 후에도 미친 것처럼 경기장을 휘젓고 다니는 선수는 네이마르뿐이었다. 경기 전 각오처럼 '이길 것'이라고 믿었던 네이마르는 쉬지 않고 수비하고 드리블하고 슈팅했다. 그의 노력은 마지막 7분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네이마르는 무릎을 꿇고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유명한 네이마르의 '기도' 세리머니다. 그는 경기 후 "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1차전에서 진 뒤 역사를 쓰기 위해 오늘을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라라랜드' 뛰어 넘은 바르사, 축구계 대역전극 2위]
네이마르의 부활과 함께 바르사는 이번 시즌 트레블(3관왕) 도전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바르사는 현재 리그에서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에 승점 1 차이로 앞서 1위에 올라 있고, 국왕컵엔 이미 결승에 진출해 있다. 여기에 탈락이 유력했던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기적같이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