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남성이 날씨 전하던 시절을 요즘 젊은이들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26년 전 이익선(49·사진)이 처음 등장한 이래 기상 캐스터는 여성만의 직업처럼 자리 잡았다. 1991년부터 15년간 KBS에서 일기예보를 전하며 새 영역을 개척한 이익선은 지금도 날씨를 상징하는 인물로 통한다.
이익선은 지난달부터 정치 평론가 고성국 박사와 함께 TV조선 '고성국 라이브쇼'를 진행하고 있다. 고 박사는 주로 출연자와 대화에 집중하고 이익선은 프로그램을 매끄럽게 정돈하고 매만진다. 하루의 가장 중요한 이슈를 사진 한 장으로 집약해 보여주는 '이 한 컷'도 직접 고른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익선은 "출연자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균형과 정론을 지키려면 진행자가 항상 긴장하고 순발력도 갖춰야 한다"며 "여태껏 맡은 방송 중 가장 어렵다"고 했다.
이익선은 쉼없이 방송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 국방 FM '이익선의 달콤한 음악 여행', 불교TV '어머니 나의 어머니' 등 진행을 맡고 있다. "두 아이 낳고 한 달씩 쉬었던 것 말고는 멈추지 않고 달려왔어요. 원래 일중독자 기질이 강하고 살림도 잘 못하거든요(웃음)."
그는 숙명여대 재학 중이던 1990년 리포터로 방송에 입문, 이듬해 국내 첫 여성 기상 캐스터로 선발됐다. 전례 없는 일이라 본인에게도 방송사에도 모험이었으나 판도를 바꿔놓는 계기가 됐다. "짧은 멘트 하나라도 차별화해 보려고 자료를 많이 읽고 공부하고 전문가를 찾아다녔어요. 나 자신을 완전히 연소(燃燒)했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일하느라 결혼엔 관심 없다가 아버지 병세가 위중해지면서 늦은 나이에 남편을 만났다. 30대 후반에 낳은 두 아이가 지금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이다.
2006년 기상 캐스터를 그만두고도 다양한 도전을 이어갔다. TV 토크쇼와 시사·연예 프로그램, 라디오 진행은 물론 영상예술학 대학원도 다녔고 연극에도 출연했다. 하지만 여전히 날씨를 좋아해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다음 날 날씨 알려주는 코너를 만들었다고 한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정확한 예측이 어려워 항상 정보가 필요한 분야라는 것, 하지만 전체 판을 익히고 나면 어느 정도 앞일을 읽어낼 수 있다는 것이 날씨의 매력"이라고 했다.
열심히 사는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상 캐스터가 된 수많은 여성 후배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기 위해서다. "오래 계속하기 힘든 일이란 걸 제가 잘 알죠. 기상 캐스터 출신으로 갈 수 있는 길이 아주 많다는 걸 직접 보여주고 싶어요." 또 하나는 개인적인 꿈 때문이다. "정말 멋진 할머니가 되는 게 인생의 목표거든요. 얘깃거리 풍성하고 지갑도 잘 열어서 자꾸 만나고 싶고 기대고 싶은 그런 할머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