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큰 변화의 시기를 맞았다. 그에 따라 '미래형 창의 인재 육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대학 입시는 물론 교육업계 전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육전문기업 이투스교육(대표 김형중)은 수학 스타강사로 수년간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신승범 사장을 '최고전략책임자(Chief Strategy Officer·CSO)'로 선임하며,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런 발탁은 교육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다. 신 사장은 "이투스교육의 고등 온라인 사업 부문을 포함, 전 사업본부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중책을 맡았다"며 "앞으로 이투스교육이 '교육문화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에 자리한 이투스교육 본사에서 신 사장을 만나 향후 사업 계획과 비전을 들었다.
◇강사·강의 질 더욱 높여 신뢰받는 기업 될 것
이투스교육은 중·고등학생과 대입 수험생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국내 대표 교육기업이다. ▲청솔학원 사업본부 ▲강남하이퍼 사업본부 ▲고등 온라인 사업본부 ▲중등 온라인 사업본부 ▲콘텐츠 사업본부 ▲투포세븐(독학재수학원) 사업본부 등을 보유하고 있다. 신 사장은 중·고등 온라인 사업본부를 총괄하는 동시에 전 사업본부에서 어떤 신사업을 만들어 추진해 나갈지를 고민하고, 사업본부 간 균형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다. 스타강사에서 경영자로의 갑작스러은 변신이 낯설지는 않을까. 신 사장은 "스물아홉 살에 이미 학원장을 역임한 경험이 있다. 그때부터 강사로서의 성공과 경영자로서의 성공을 모두 꿈꿨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영에 관심이 많았기에 그동안 관련 공부를 많이 했어요. 게다가 저는 강의는 물론 교재 출간, 학원 경영에 이르기까지 이투스교육이 진행 중인 모든 사업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전반적으로 잘 알고 있지요. 지금 우리나라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데다 대입 제도가 바뀌면서 교육시장 상황이 크게 변하고 있어요. 이런 상황에서 기존 전략으로는 앞으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게 회사 측의 판단이었어요. 전 사업본부를 아우르면서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가는 직책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고, 그 역할을 제가 맡게 됐습니다."
이투스교육의 고등 온라인 사이트인 이투스는 대입 시장에서는 1위로 꼽히는 브랜드다. 그 원동력은 학생·학부모의 신뢰를 받는 스타강사를 가장 많이 보유했다는 점에서 나온다. 스타강사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수한 교육 콘텐츠를 많이 확보했다는 뜻이고, 그 콘텐츠에 대한 학생·학부모의 믿음이 곧 매출 1위로 이어진다. 하지만 신 사장은 여기에 안주할 생각이 없다. 그는 "좋은 강사를 많이 보유했다는 점이 우리 회사의 가장 큰 장점이지만, 저는 이 부분을 바꾸고 싶다"는 다소 의외의 말을 꺼냈다. "지금의 인터넷강의 시장은 새로운 강사가 기존의 스타강사와 경쟁할 수 없는 환경이에요. 새로운 스타강사가 태어나기 어려운 구조라는 얘기죠. 예컨대 '신승범'이라는 강사를 놓고 본다면, 30대 초반의 새로운 강사가 강의 수준이나 콘텐츠의 질 측면에서 신승범이라는 스타강사를 이기기가 어려워요. 저는 새로운 강사를 키우는 데 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강의 전달력을 키우는 건 강사의 몫이지만, 강의력을 키우고 우수한 콘텐츠를 만드는 부분에서 회사의 지원도 반드시 필요해요. 그런 면에서 볼 때, 경영자로서 제가 가진 강점은 (제가 강의를 해봤기 때문에) 강사나 강의의 장단점을 빨리 파악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강의의 질을 개선해 나가고 있어요."
신 사장이 취임한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다른 강사의 강의를 보는 일이었다. 그리고 강사 한 명 한 명에게 장단점을 얘기하며 보완할 점을 지적했다. 여기서는 '스타강사'라는 신 사장의 배경이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보통 인터넷강의 업계에서는 회사 측이 강사의 강의에 대해 평가하거나 단점을 지적하기가 어려워요. 그런데 저는 (보통의 회사와는) 입장이 조금 다르죠. 제가 다른 강사에게 강의 단점이나 보완할 점을 얘기했을 때는 (제가 1위로 인정받는 스타강사이기 때문에) 상대 강사가 쉽게 수긍하고 강의를 개선해요. 달리 얘기하면 그 강사가 가진 강점을 최대한 끌어내는 일을 하는 셈이죠. 그래야만 학생·학부모에게 더 신뢰받는 강사,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생각 열어주고 꿈 키우는 '교육문화기업'으로 도약
신 사장은 CSO 취임사에서 "교육기업이 아니라 교육문화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각성의 계기'가 될 만한 경험·기회를 제공하고 싶다는 뜻에서다. "아버지로서 두 자녀를 키우고, 많은 학생을 가르치면서 보니 아이들이 자라는 과정에서 '각성하는 시기'가 있더라고요. 마치 포케몬이 진화하듯, 아이들에게도 그런 시기가 있어요. 그 진화의 시기나 계기는 사람마다 달라요. 교우관계에서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영화나 만화책에서 계기를 얻을 수도 있고, 좋아하는 아이돌의 행동을 보고 깨달을 수도 있어요. 저희가 앞으로 주력하려는 사업의 하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각성의 계기가 될 만한 문화적 경험과 기회를 주는 겁니다."
이런 사업의 하나로, 최근 이투스교육은 '역사 바로 알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3·1절을 맞아 지난 2월 24일부터 3월 1일까지 영화 '귀향'의 VOD를 구입해서수강생에게 무료로 상영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신 사장은 "청소년의 역사의식을 고취하고, 역사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깨달음을 주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자 했다"며 "이를 시작으로 청소년들이 생각 폭을 넓히고 사회적 의식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장르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사실 입시와도 맞물려 있어요. 지금은 입시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이다 보니,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아이들이 생각하고, 공부하고, 진로를 고민하는 데 하나의 계기가 돼요. 이런 측면에서 저희는 교육문화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자 합니다."
신 사장은 사실 강사로 활동하면서도 이 같은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그는 "두 자녀를 키우면서 매주 신문기사(사설)를 두 개씩 오려주면서 읽고 대화하는 시간을 몇 년간 가졌다"며 "그 활동을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과도 똑같이 해왔다"고 전했다. 수학을 가르치면서도 10~20분 정도는 사회 전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갖곤 했다. "요즘 아이들은 좀처럼 길게 얘기를 못 해요. 무엇을 물어도 '예' '아니요'로만 답하죠. 그동안 '아이들 성장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이냐'를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 그거예요. 아이들이 보고, 듣고, 생각하고, 말할 기회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지요."
이투스교육은 크게 세 갈래의 경영 철학 아래 나아가고 있다. 첫째는 '우리는 지식과 기회를 나누는 교육문화기업이다', 둘째는 '우리는 IT기업이다', 셋째는 '우리는 (세계로 나가는) K-에듀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인도 시장에 진출한 후 5년 만에 구체적인 성과(매출 등)를 거두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경영 철학에 걸맞은 사업을 진행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IT 부문에서는 기존의 VOD 서비스를 개선하면서, 학생 맞춤형 입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까지 개발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상·중·하위권 정도로만 구분해 강의를 제공하는 수준이었다면, 앞으로는 학생 개개인이 희망하는 대학·학과·전형에 맞는 입시 준비법과 학습법을 세세하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저희가 그동안 구축해온 방대한 대입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서비스죠. 앞으로 2년 정도 준비해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