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이재명 광주전남경선승리연대(손가락혁명군 광주본부)가 광주광역시 시내에 내건 플래카드.

최근 한국일보가 실시한 대선주자 팬카페 빅데이터 분석에서, '손가락혁명군(손가혁)'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가장 큰 라이벌로 인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손가혁'은 이재명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의 팬클럽 이름이다. 2015년 즈음부터 이재명 시장이 직접 이들을 언급하고 지휘하는 모습을 보이며 실체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손가혁'의 주 공격 목표는 문 전 대표를 비롯한 '친문(親文)' 세력이다. 손가혁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문 전 대표를 적으로 간주해 공격하고 있다. 기사 첫머리에 나온 플래카드 역시 지난달 25일 이재명 광주전남경선승리연대(손가락혁명군 광주본부)가 광주광역시 금남로 거리에 설치한 것이다.

이에 맞서는 문 전 대표 지지세력인 '문빠'도 만만치 않다. 이들 역시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에서 이 시장과 손가혁 세력을 공격하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손가혁만큼 결집된 세력은 아니지만,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여러 단체를 더하면 그 규모는 손가혁을 압도적으로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문 전 대표 팬카페 중 하나인 '문팬' 회원수는 약 1만5000여명이며, 지난 1월 광주광역시에서 열린 손가혁 출정식에는 약 7000여명이 참석했다.

지금은 기세가 좀 꺾였지만 이 시장이 민주당내 강력한 ‘2위 후보’로 언급되기 시작한 지난 연말을 전후로 문재인 지지자와의 갈등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서로 비방하는 글을 올릴뿐 아니라, 상대가 자신들을 비방하는 글을 공유하며 전의를 다졌다.

문 전 대표 팬카페 중 하나인 '젠틀제인'에 올라온 글.
손가혁 다음카페에 올라온 글.

이 와중에 지난달 28일 문 전 대표 인터뷰를 올린 JTBC 페이스북 계정의 동영상 게시물에 이재명 시장 이름으로 ‘화나요’ 이모티콘이 표시되며, 양 진영간 다툼은 더 격해졌다.

해당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는 당내 예비주자간 토론회 횟수와 관련해 논란이 일었던 것을 두고 "특검 연장도 안 된 상황에서 후보간 토론을 한다고 딴전을 피우면 국민이 납득하겠나"며 "(대선에) 처음 (도전) 하시는 분은 토론하고 싶어 근질근질하겠지만, 겪어보면 토론을 지겹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시장 캠프 대변인 제윤경 의원은 "(문 전 대표 인터뷰가 진행되던) 당시 이 시장은 간담회를 진행 중이었고, 캠프 관계자 그 누구도 그런 일을 하지 않았다"며 "이번 건은 해킹으로 시도됐을 우려가 있어 보여 비밀번호를 변경했다. 혹시라도 오해가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후보 팬덤간의 대립은 그 이후로도 끊이지 않고 있다.

3일 문재인 공식팬카페에 올라온 글.
3일 손가혁 공식밴드에 올라온 글.

두 세력 싸움박질에 신난 건 반(反)야권 세력이다. 어부지리(漁父之利)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다. 보수 지지자들의 ‘바램’대로 두 세력의 갈등이 더 커질지, 안희정 후보에게 추월당한 이재명 시장 지지자들이 ‘다음을 노리자’고 기약할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 아직 대선 캠페인은 시작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베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