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시 애플렉.

제 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한 케이시 애플렉(42)의 7년 전 성추문 사건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사건의 진상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채 그가 아카데미 상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허핑턴포스트는 26일(현지시각) 애플렉이 수상 소감에서 성추문 논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애플렉이 2010년 그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아임 스틸 히어'를 촬영하면서 촬영 스태프인 두 명의 여성에게 고소당한 사실을 끄집어냈다. 그는 당시 10여년간 그와 함께 일한 프로듀서인 아만다 화이트와 해당 다큐멘터리 카메라 기사인 마그달레나 고카로부터 성추행 및 성희롱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들은 케이시 애플렉이 여성 스태프를 향해 '암소'라고 지칭하고, 다른 남성 스태프를 시켜 성기를 보여주게 하는 등 희롱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애플렉은 당초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맞고소를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곧 둘과 합의해 사건을 해결했다. 그는 합의 이후 지난해 11월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만족한 채로 끝난 문제입니다. 저도 괴로웠고 화가 났지만, 모두가 그랬을 겁니다. 저는 그 시기를 넘겼습니다"라고만 말했다. 사실관계를 밝히거나 직접적인 해명을 하지 않아 의혹은 오히려 더 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에 오스카를 차지한 케이시 애플렉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허핑턴포스트는 "예측했듯이, 2010년의 사건은 오스카상 수상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면서 "우리가 과연 그를 축하하고 존중해야 하는가"라고 주장했다.

앞서 오스카상 시상식이 열리기 전 배우 헤더 매터래조 역시 "저도 합의만 잘한다면 오스카 후보에 오를 수 있나요? 아니면 케이시 애플렉 같은 사람들한테만 해당하는 건가요?"라며 비꼬았다.

애플렉은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감독 케네스 로너건)로 26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앞서 그는 2008년 '비겁한 로버트 포드의 제시 제임스 암살'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지명됐지만 수상에 실패했고, 이후 9년 만에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라 오스카를 품에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