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도밭의 모습.

시골 포도밭에 설치한 농사용 구리 전선을 전문적으로 잘라 가는 ‘포도밭 전선 도둑’이 등장해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에서 포도 농사를 짓는 A(67)씨는 얼마 전 자신의 포도밭에 설치한 전선 100m를 도둑맞았다.

그의 포도밭은 자동화 설비를 갖춘 비닐하우스로, 전기가 없으면 통풍구를 여닫지 못하고 온·습도 조절도 할 수 없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주변에 CCTV가 없고 범행이 언제 발생했는지조차 특정되지 않아 수사는 답보 상태다.

올해 농사 준비를 해야 하는 A씨는 어쩔 수 없이 전선을 다시 사서 비닐하우스에 설치했다. 설치비로 80만원가량 들었다.

A씨뿐 아니라 인근 포도밭 6곳도 비슷한 피해를 봤다. 누군가 인적이 뜸한 농한기 밭에 들어와 농사용 전선 300m가량을 끊어간 것이다.

전선에는 값나가는 구리가 들어 있어 고물상에선 구리 전선 1㎏을 보통 6000∼7000원에 사들인다.

경찰 관계자는 “절도범이 누전차단기를 내려 전력을 차단한 상태에서 전선을 걷어간 점을 볼 때 전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라며 “고물상 등을 상대로 탐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동종 전과자일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A씨는 “훔쳐간 전선이 몇 푼 안 나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농사짓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설비”라며 “아무리 먹고살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농사용 전선까지 뜯어가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기 바란다”고 안타까워했다.

옥천읍 주민들은 유사 절도 예방을 위해 최근 마을 길목과 농경지 주변 도로에 방범용 CCTV를 설치했다.